'소난골 데자뷰' 시드릴 후폭풍 어디까지 5000억 단기차입 부담, 저유가 악재 '드릴십' 대체 판매 불투명
심희진 기자공개 2017-04-07 08:02:48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6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2위 석유 시추업체인 시드릴(Seadrill)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소난골에 이어 시드릴이 발주한 드릴십을 제때 인도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계약서상 드릴십 잔금이 내년부터 납입 예정으로 현재 유동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대우조선해양 측 주장이다. 하지만 저유가와 해양시추 업황 악화로 새로운 원매자를 찾기 어렵고,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등을 감안하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총 계약액의 20~30%를 선수금으로 받고 잔금은 선박을 완성한 후 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은 11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의 계약금 중 30%에 해당하는 3억 300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수령했다. 잔금 약 7억 8000만 달러(약 8700억 원)는 2018년,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드릴십을 인도할 때 받기로 했다.
수년 간 지속된 저유가와 해양시추 업황 악화 등으로 시드릴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시드릴은 최근 100억 달러 규모의 채무 조정 실패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올 초 채권단과 10억 달러(1조 13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본 확충, 차입금 만기 연장 등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소난골에 이어 시드릴 드릴십 마저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시드릴이 발주를 취소해도 유동성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도 시점이 아직 1~2년 남아있는 만큼 대체 납품처를 물색할 예정이다.
문제는 저유가로 인해 드릴십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상위 5개 시추선사가 보유하고 있는 드릴십은 총 200척이다. 이 중 현재 가동 중인 드릴십은 70%인 140여 척에 불과하다. 장기간 이어진 유가 하락으로 원유 시추 사업의 수익성이 줄어든 탓이다. 새로운 원매자를 찾지 못해 대우조선해양이 부담해야 하는 유지·보수 비용만 늘어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아직 수령하지 못한 인도대금이 9000억 원에 달한다는 점도 대우조선해양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이 2018년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약 4930억 원이다. 올해 채권단 지원으로 유동성 위기를 넘기더라도 잔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내년에 다시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채권단이 여러 가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2조 9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소난골(Sonangol) 드릴십이 연내 인도되고 채무재조정이 원활히 진행되면 시드릴 파산 위기에 따른 여파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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