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4월 18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닉스는 국내 제습기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다. 제습기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1990년대 말 첫 제품을 출시했고, 국내 시장에서 히트를 치기 전까지 10여년간 선진국 시장에서 먼저 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위닉스의 노력이 우리나라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부터였다. 특히 판매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을 무렵인 2013년, 역대 최장인 49일 간의 장마가 이어지면서 제습기 시장 규모도 사상 최대인 130만 대까지 성장했다. 1년 전의 45만 대에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판매 실적이었다.
이듬해도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홈쇼핑 채널에서도 제습기 판매 방송을 보름 정도 앞당겨 시작했다. 1년 전 대박을 쳤던 제습기 제조업체들은 2014년에도 장마가 오래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던 것 같다. 위닉스는 그해 100만대의 제습기를 생산했다. 1년 전에 비해 생산량은 두 배 이상 뛰어 올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2014년 장마는 그리 습하지 않았다. 마른 장마라 불릴 정도로 강우량이 적었다. 제습기 시장도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고, 위닉스가 생산한 제습기 가운데 상당수의 재고가 창고에 쌓이게 됐다.
이후 2015년, 2016년에도 마른 장마가 이어졌다. 결국 위닉스는 2014년 만든 제습기 재고 가운데 일부를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과잉 재고에 따라 장부에 반영한 재고자산평가손실만 이 기간 동안 40억 원에 달한다. 한 번의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치른 비용 치고는 제법 비싼 편이다.
이처럼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위닉스는 섣부른 판단이 불러올 수 있는 피해가 얼마나 클 수 있는 지를 배웠을 것이다. 이에 위닉스는 올해 여름 강우량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문 기관들의 전망에도 불구 제습기 생산량을 최대 30만 대 정도로 제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위닉스의 실수는 기업들이 자주 범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특히 금융위기 전 대부분의 조선·해운·철강 업체들이 저지른 판단 착오는 그에 따른 결과가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위닉스가 지불한 수업료는 어쩌면 매우 저렴한 것이었는 지도 모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중간지주 배당수익 분석]'새출발' 인베니, 투자·배당이익 선순환 집중
- [에쓰오일 밸류업 점검]미래투자·수익성 저하에 줄어든 '배당인심'
- [변곡점 맞은 해운업]'HMM과 협상' SK해운, 수익성 개선 '뚜렷'
- SK엔무브의 결혼식
- 토스뱅크 청사진 '글로벌·기업'…이은미 대표 진가 발휘하나
- [보험사 CSM 점검]DB손보, 가정 변경에 1.3조 증발…잔액 증가 '거북이 걸음'
- [지방 저축은행은 지금]스마트저축, 비수도권 순익 1위 배경엔 '리스크 관리'
- [금융사 KPI 점검/우리은행]'최대 배점' 재무지표, 건전성·수익성 전략 변화
- 교보생명, 교보금융연구소장으로 UBS 출신 영입
- [8대 카드사 지각변동]외형 성장보다 조달경쟁력이 판도 좌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