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만 40개…"시장 키웠나, 죽였나" 적자 늪 빠진 사업자…사업자 많지만 개별 경쟁력은 글쎄
김성미 기자공개 2017-04-25 08:25:32
[편집자주]
정부가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기 위해 시작한 알뜰폰 사업이 가입자 700만 명 시대를 맞았다. 도입 6년 만에 점유율 11%대를 돌파하는 등 이동통신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있으나 우후죽순 난립한 사업자 탓에 시장을 혼탁하게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알뜰폰 700만 시대의 명암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4월 24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선주자들이 앞 다투어 통신비 인하를 공약했다. 기본료 폐지, 잔여 데이터 이월, 제4이동통신 추진 등의 정책도 포함했다. 전파사용료 면제 등 알뜰폰 활성화 정책도 약속했다. 이동통신시장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자칫 시장을 고사시키는 우가 될 가능성도 있어서다.알뜰폰 가입자 수는 최근 7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없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사업자들은 많지 않다. 시장 키우기에만 치우진 정책들이 오히려 알뜰폰 사업자의 자생력을 잃게 만들었다.
대선주자들의 통신비 인하 공약은 다시 알뜰폰 사업자 키우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경쟁력이 없는 시장에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지원이 될 수 있다. 무작정 사업자를 늘리는 퍼주기식 지원보다 옥석 가리기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24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는 701만 명을 기록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알뜰폰 사업이 빠른 성장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알뜰폰 사업은 초기 빠른 성장을 보였다. 기존 이동통신사 사업자들이 투자해 놓은 네트워크를 함께 이용하면서 저렴한 통신료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알뜰폰 사업자들에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전파 이용료를 면제해 줘 재정적인 지원을 해줬다.
시장 초반에는 알뜰폰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하는데 15개월, 200만 명은 10개월, 300만 명은 8개월, 400만 명은 5개월이 소요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500만 명 가입엔 7개월, 600만 명 가입엔 9개월, 700만 명 가입엔 14개월이 걸리는 등 현저하게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반면 알뜰폰 사업자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에 소속된 주요 알뜰폰 업체는 17곳이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영업하는 알뜰폰 사업자까지 더하면 실제 사업자 수는 40여 곳에 이른다. 사업자 1곳 당 20만명이 채 되지 않는 가입자수를 보유하고 있다.
대형사 편중 상황을 고려하면 중소 알뜰폰 업자들의 입지는 더 쪼그라든다. 알뜰폰 상위 사업자 중 대기업 계열사(CJ헬로비전, SK텔링크, KT엠모바일)를 제외하고 가입자수가 50만 명을 넘는 중소 사업자는 인스코비(63만 1204명), 이지모바일(61만 3920명), 유니컴즈(57만 4385명), 아이즈비전(55만 5201명) 등 4개 업체에 그친다. 나머지 알뜰폰 사업자들은 일정 수준의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해 독자 생존이 힘든 상황이다.
알뜰폰 사업자가 우후죽순 늘어난 데엔 정부 지원책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가 알뜰폰 시장을 키우기 위해 사업자 진입장벽을 낮추어줬다. 전파이용료 면제, 도매대가 인하 등의 재정적인 지원책이 줄을 이었다.
알뜰폰 가입자수는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 사례를 비춰보면 알뜰폰 시장 규모는 전체 이통시장의 15%가 최대치로 꼽힌다. 이미 알뜰폰 시장의 점유율은 전체 이통시장의 11%를 보여 앞으로 4%포인트의 성장밖에 남지 않았다. 국내 전체 이동통신 이용자 수는 6300만명으로 앞으로 알뜰폰 시장이 더 커져야 200만 명 늘어나는 것이 마지노선이다.
알뜰폰 사업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5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중 하나인 딜라이브도 지난해부터 알뜰폰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지원책에 따라 알뜰폰 사업자는 언제든지 더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사업자간 경쟁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입자 늘리기를 위한 불법영업, 안내받은 내용과 다른 요금폭탄 등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민원이 발생해도 상담을 받을 고객센터를 갖춘 사업자도 몇 없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이통3사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통3사 이용자가 알뜰폰 가입을 꺼리는 이유의 약 30%가 서비스 부족을 꼽았다.
알뜰폰 사업자 몇몇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알뜰폰 사업자 전체가 흑자를 낸 적은 한 번도 없다. 고객센터 등 서비스 개선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도 없는 실정이다. 알뜰폰 사업자 전체로 지난해 매출 8380억 원, 영업적자 317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이 만들어지던 2012년 매출 1178억 원, 영업적자 563억 원과 비교해 매출은 늘고 적자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앞으로도 획기적인 이익구조를 만들긴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금 면제 등을 통한 단순 재원 지원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미 4년간 전파사용료 면제 등으로 재정적 지원에 나섰지만 자생력을 갖춘 사업자는 등장하지 못했다. 낮은 시장의 문턱으로 공급자만 늘린 꼴이 됐기 때문이다.
정작 주무부서인 미래부는 또 다시 전파사용료 인하 카드를 꺼낼 분위기다. 미래부 관계자는 "오는 9월 종료되는 전파사용료 면제에 대한 연장 여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고객센터 등의 서비스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법적인 규정 등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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