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금감원장 '겸직' 현실성없다 현행법상 겸직금지 위반, 금융위 구성 변화 불가피
안경주 기자공개 2017-06-01 08:18:27
이 기사는 2017년 05월 31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하지 않고 금융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직하는 '통합 수장'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일부 여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조직을 그대로 둔 채 통합 수장을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두 조직의 수장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31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일부 여당 의원들은 금융감독체계 일원화를 위해 금융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작업이 내년 이후로 미뤄졌지만 통합 수장을 선임해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이 당초 예상과 달리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빠르게 추진하지 못하지만 금융감독 일원화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직을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위원장의 금감원장 겸직은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는 게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위원회법)' 제9조3호에 따르면 금융위원장과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 법(금융위원회법)과 다른 법령에 따라 감독의 대상이 되는 단체의 임직원을 겸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단체에는 금융지주·보험사, 유관단체 등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포함된다.
금감원 역시 금융위로부터 감독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법 제24조1항을 보면 금융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금감원을 설립한다고 돼 있다.
앞선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 통합수장이 나오기 위해선 겸직금지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 금융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한 얘기는 없다"며 "법안 발의와 국회 통과 등을 고려할 때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겸직이 허용되면 금융위원회 구성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위원회법 제4조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금융위원장과 금융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차관, 금융감독원 원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은행 부총재, 금융위원장이 추천하는 금융전문가 2명,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추천하는 경제계 대표 1명 등이다. 이 경우에도 법개정을 통해 금감원장을 금융위 구성원에서 제외해야 한다.
금감원장을 셀프 제청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금융위원회법 제29조2항을 보면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직하려면 겸직금지 조항 뿐만 아니라 금감원장 임명 등 여러 부분에서 법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금감원장이 금융위원회 위원에서 빠져 8명 체제로 운영될 경우 어떤 사안에 대해 찬반 동수가 나올 수 있는 등 운영상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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