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 PE, 재영솔루텍 재기에 '다시' 베팅 SG PE, 화승·비츠로·중외 등 동일 기업 재투자 경험 다수…"신뢰기반"
윤동희 기자공개 2017-06-07 15:12:45
이 기사는 2017년 06월 01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이하 SG PE)와 케이스톤파트너스(이하 케이스톤)는 지난 3월 재영솔루텍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직후 투자원금을 다시 회사에 투입했다. SG PE가 과거 결성했던 펀드를 통해 선보인 기법으로 동일 기업이나 동일 계열 기업에의 재투자는 기존 경영진과의 상호 신뢰 없이는 힘든 결과물이다.SG PE와 케이스톤은 지난 3월 에스지케이스톤 재기지원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재영솔루텍 상환전환우선주와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전체 거래 금액은 120억 원이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2015년 120억 원을 들여 CB를 인수했다가 지난 3월, 1년 7개월 만에 205억 원을 회수했다. 투자 차익을 제외한 투자 원금을 곧바로 재영솔루텍에 투입한 셈이다.
◇ SG PE, JW·비츠로·화승 등 재투자 경험 다수
MBK파트너스가 일본 타사키를 재인수 한 사례처럼 투자금을 회수한 회사에 재투자를 결정하는 일은 사모투자 업계에서 종종 일어나지만 흔한 풍경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사라진다는 '먹튀'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재영솔루텍 투자펀드는 SG PE와 케이스톤이 공동으로 운용하지만 재투자는 SG PE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SG PE는 재영솔루텍 이전에도 JW생명과학과 JW중외신약에 재투자를, 비츠로셀뿐 아니라 비츠로테크, 비츠로시스에 수차례 재투자를, 화승R&A와 화승네트웍스에 여러차례 재투자를 단행한 경험이 있다.
SG PE의 투자 대상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 중견기업이나 워크아웃·회생절차로 재기지원이 필요한 기업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경영진의 자질과 핵심 경쟁력이 기업가치 가치를 좌우한다. 때문에 SG PE는 투자 검토 시 경영진 자질을 우선적으로 판단한다.
SG PE 관계자는 "투자 전략 상 경영권 분쟁과 같이 경영진과의 신뢰 구축이 어려운 투자 건은 최대한 검토하지 않는 편"이라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경우 경영진과 상시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면 밸류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진을 믿고 투자하는 격으로 투자 후에는 경영협의회를 통해 꾸준히 의견을 주고 받는다. 재영솔루텍과 JW, 화승 등에서 보여준 재투자 사례는 이렇게 장기간 구축한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 재영솔루텍, 경영진·기술 신뢰…베트남 공장 확보로 생산성 안정화
재영솔루텍이 마냥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주가는 과거에 비해 회복됐으나 1분기 기준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388억 원으로 전년대비 15% 줄었고 2015년 40억 원의 영업이익에서 지난해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매출보다는 13.2%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이 7억 원에서 52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
재무적으로는 어려운 상태지만 SG PE와 케이스톤은 2015년 투자 당시 정치 리스크,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결정했던 것처럼 경영진과 기술 경쟁력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재투자를 통해 회사의 재기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처음 재영솔루텍에 투자하던 당시도 회사 사정은 어려웠다. 재영솔루텍은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정밀금형 분야에서 국내 업체로는 드물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기업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환율 파생상품인 키코(KIKO) 때문이었다. 사실상 무차입 상태로 운영되던 회사였지만, 2008년 급등한 환율의 여파로 600억 원이 넘는 키코 손실을 입었다. 재영솔루텍에 키코를 팔았던 금융회사들은 채권자로 지위가 변경돼 워크아웃 체제를 가동했다.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은 있었지만,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재영솔루텍에 새롭게 일감을 주는 고객은 드물었다. 그나마 기존의 고객사들은 사실상 대체제가 없었던 까닭에 거래 관계를 지속했지만 신규 수주는 쉽지 않았다. LG전자와 거래가 끊긴 시점도 이 때다.
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벤더) 특성상 워크아웃 절차에 있을 경우 신규 수주나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재영솔루텍은 당시 은행 관리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2015년 SG PE-케이스톤의 CB 인수대금 납입과 동시에 워크아웃을 조건부 졸업했다. 2010년 체결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이 이행되지는 않았지만, 은행들은 12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조달해 상당한 재무구조개선 효과가 발휘했다고 판단해 워크아웃 졸업 결정을 내렸다.
재영솔루텍은 중국보다 저렴한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고자 북한 개성에 공장을 지었다. 정치적 리스크에 의해 공장 가동자체가 중단될 위험이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정부의 전면적인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으로 타격이 불가피했다.
재영솔루텍 경영진과 재무적투자자들은 개성공단을 제 1공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했다. 생산비용이 올라가고 매출이 줄더라도 제조사 특성상 안정적으로 물품을 생산할 수 있는 거점을 마련하는 게 장기적 관점에서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SG PE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 설립으로 회사가 안정화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공장 가동 초기 비용이 필요한 만큼 재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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