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경의 Frontier Markets View]비엣젯, 베트남 최초 해외상장 노린다
고영경 박사공개 2017-06-05 09:03:28
[편집자주]
바야흐로 저성장의 시대다. 기업들은 다시금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십여 년간 글로벌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견인해 온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머징 시장이 더 이상 아니다.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눈은 그 다음 시장인 프론티어마켓으로 향한다. 아시아 프론티어 마켓의 중심부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현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며 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지켜봐 온 필자가 이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고 한다.
이 기사는 2017년 06월 02일 09: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키니 에어라인'으로 유명한 베트남의 비엣젯이 호찌민 주식시장에 이어 해외 상장 추진을 선언했다. 비엣젯의 설립자이자 CEO인 응우옌 티 푸엉 타오는 지난 달 28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런던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의 주식시장에서 관심을 갖고 찾아오고 있으며, 보다 큰 주식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더 많은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주식거래도 활성화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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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말 기준, 비엣젯은 베트남 내 40%의 시장점유율, 11.7억 달러의 매출, 순이익 1억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 및 국제노선을 포함해서 전체 63개 노선에 매일 350편을 운항하고 있다. 누적 수송객 3500만 명으로, 지난 해에만 1500만 명의 여행객을 실어날랐다.
비엣젯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초기 마케팅의 승리, 수요 증가와 적절한 런칭 타이밍, 경쟁사의 퇴보와 높은 진입장벽 등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비엣젯은 지난 2011년 12월 첫 비행을 시작한, 이제 겨우 6년차에 불과한 베트남 저가항공사다. 런칭 초창기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비키니를 입은 모델들이 줄지어 나오는 광고를 내보냈고, 기내에서 비키니를 입은 승무원들이 하와이안 댄스를 추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회사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인기 휴양지 나트랑으로 가는 모든 관광객들이 휴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비키니 댄스는 엄청난 논란을 불어왔지만, 그 만큼 효과가 컸다. 댄스 동영상과 비엣젯의 광고는 곧바로 인터넷으로 전세계에 퍼졌으며, 조그만 베트남 회사에게 하루 아침에 '비키니 에어라인'이라는 글로벌 별칭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모델을 고용해 승무원으로 탑승시킨 혐의로 비엣젯에는 벌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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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젯의 급속한 매출 증가는 베트남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1억에 육박하는 인구, 그 인구의 평균 연령 30세를 바탕으로 베트남 경제는 매년 6~7% 이상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득이 증가에 따라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에 나서고 있는 중산층도 급증하고 있다.
타오 대표는 일찍이 항공시장 확대를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인 2007년 항공산업 면허를 취득했다. 그러나 고유가로 런칭을 미루다 2011년에 첫 비행에 나섰다 타오의 예상은 적중했다. 비엣젯의 승객은 런칭 때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베트남의 항공시장은 전년대비,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29%를 기록했다. 비엣젯이 이 성장을 견인했음은 물론이다. 설립 2년째부터 흑자 전환했고, 타오는 포브스지가 뽑은 억만장자 가운데 동남아에서는 유일한 여성의 영예도 안았다.
비엣젯의 성공 이면에는 유일한 국내 경쟁자인 국영 베트남항공사의 약화와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 항공은 연착 연발이 잦았고, 비효율적 경영의 문제가 누적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항공업은 강력한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으며, 총리 허가 없이는 외국인이 30% 이상 지분을 취득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비엣젯이 등장해서 5년 만에 빠르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비엣젯과 베트남항공의 주가수익률 추이를 보면, 투자자들이 이 두 회사에 어떠한 평가와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비엣젯 상장 직전부터 지금까지 베트남항공의 주가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거칠 것 없는 비엣젯이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국제선에서는 해외 항공사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엣젯은 이들과의 경쟁을 위해 최근 200대의 비행기를 에어버스와 보잉사에 주문했다. 총금액이 자그마치 230억 달러에 이른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부은 만큼 성과를 거둘 것인지에 대해서 애널리스트들간에 의견이 엇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오의 도전이 멈출 것 같지 않다. 아세안 역내 경쟁자인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도 큰 관심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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