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1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7년째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종합주가지수는 2300선을 돌파하고 3000을 향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는 수년내 최고 4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란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 지수 상단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세 상승장의 서막이 올랐다며 적극적인 주식 매수를 권유하고 있다.기업의 펀더멘털 개선, 저평가된 밸류에이션, 외국인 자금의 유입 등 증시가 오른 이유는 다양하지만 삼성전자를 빼놓고 설명하긴 힘들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10일 236만1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230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상승을 위한 힘모으기란 평이 대다수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전자 실적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단순히 실적 개선 때문에 주가가 오르고 시장이 급등하는 것일까. 본질적인 이유는 삼성전자의 변화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 이후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 매입을 크게 늘렸다. 급기야 올들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지켜줄 최후의 보루인 자사주까지 소각키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용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미친 파급력은 적지 않았다.
이같은 결정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된 최고 경영자의 구속이 불러온 여파일 수도 있지만 단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였다. 엘리엇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삼성전자 주가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배당 확대, 지주사 전환 등을 요구했다.
투기적 자금의 성격과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기관투자가로서 엘리엇의 역할은 긍정적이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를 보여준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지난해말에 비해 46조6000억원이나 늘었다. 300만원까지는 무난한다는 분석이 대세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그들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투자 대상은 삼성전자 뿐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요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55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전망이다. 여타 기관투자가들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0년 영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는 현재까지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이탈리아를 비롯 아시아 국가로서는 일본, 홍콩, 대만 등 10여개국이 운용 중이다. 경영 자율권 위축 등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효용성은 분명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활발한 주주활동에 대응해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 대규모 자금이 증시로 유입됐다. 일본 증시가 20년 장기 박스권에서 탈피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평이다.
자발적이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에서 시작한 지배구조 개선 바람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가속화될 것이다. 한국 증시의 레벨업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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