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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5조 회사채' 일감 풀린다…IB업계 촉각 [SK증권 매각]수수료 수입 외 커버리지 지형 변화…SK그룹 네트워크 강화 '총력'

김시목 기자공개 2017-06-16 09:21:43

이 기사는 2017년 06월 14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투자은행(IB)업계가 SK증권 매각 향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 부채자본시장(DCM) '빅 이슈어'로 군림해온 SK그룹의 계열 증권사 처분은 기존 회사채 인수, 수수료수입은 물론 커비리지 지형에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SK그룹 회사채 규모는 연간 5조 원에 달한다.

그간 SK증권은 계열 회사채 발행에 주관사로 나서진 못했지만 압도적인 비중으로 물량을 인수해갔다. 상당수의 잔여 물량 역시 사실상의 '바터(barter)' 거래로 증권사들에 배분됐다. 하지만 계열 증권사 처분과 '바터' 거래 소멸이 현실화할 경우 IB 간 대격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단기적 지형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당장은 SK그룹이 원매자들에 일정 부분 계열 물량에 대한 권리와 당근 제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SK그룹 계열사들의 전체 회사채 물량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풀릴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세를 이루고 있다.

◇ SK그룹 발행 '5조'...수수료 외 커버리지 변화 '불가피'

SK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총 3조 8770억 원 어치의 일반 회사채(SB)를 공모로 발행했다. 전년(5조 3060억 원) 대비 30% 가량 줄어든 규모지만 두 번째로 조달액수가 많은 LG그룹(2조 3300억 원)보다 1.5배 가량 많았다. 시장 규모가 줄어든 탓에 규모가 줄긴 했지만 점유율 10% 초반대를 유지했다.

SK그룹은 수요예측이 도입된 지난 2012년 이후 회사채 시장 내 압도적인 '빅 이슈어'의 입지를 다져왔다. 막대한 발행 물량을 차지하는 발전 공기업이나 금융지주사를 모두 포함해도 단 한 차례도 2위로 밀려난 적이 없었다. 발행 점유율이나 건수 모두 적수가 없을 만큼 탄탄한 발행사였다.

대기업

SK그룹의 막대한 회사채 발행은 계열 증권사인 SK증권이 고스란히 누렸다. 계열사들이 발행하는 회사채 상당 비중을 인수하는 것은 물론 다른 증권사들과도 일종의 '바터' 거래를 통해 타 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를 인수해가기도 했다. SK증권은 지난해 회사채 인수로만 73억 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SK증권이 새 주인을 찾게 되면 4~6조 원에 달하는 회사채 물량은 더 이상 계열 증권사나 '바터'없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SK 계열사들의 연간 회사채 수수료는 150억 원에 달한다. 업계 최고 수준의 인수수수료율(30bp)을 제공하는 점도 수수료 수입을 늘리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SB 시장 총 인수수수료 수익이 704억 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SK그룹 회사채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며 "단순 수수료 수익 외에도 자본시장 내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잇는 SK그룹이기 때문에 커버리지 강화를 위해 IB들이 공격적 영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IB "SK 잡아라"…네트워크 강화 나설 듯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계를 거쳐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매각이 완료되더라도 기존의 틀을 크게는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성공적인 지분매각을 위해 SK증권의 가장 큰 메리트인 그룹 계열사 회사채 물량에 대한 영업권을 어느 정도 인정해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결국엔 시간 문제일 뿐 수 조 원의 회사채 물량을 두고 IB 간 격전이 벌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형 증권사 IB를 중심으로 지분매각이 성사될 경우 SK그룹 커버리지를 강화하기 위한 인력 및 비용 등을 투입해 미리 돈독한 네트워크를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SK그룹 회사채 인수는 SK증권(1조 2725억 원, 33%)이 압도적인 가운데 격차를 두고 NH투자증권(5170억 원, 13.51%), KB증권(4400억 원, 11.50%), 한국투자증권(4200억 원, 10.97%) 등이 책임졌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네트워크가 미미한 하우스엔 기회가 될 수 있다.

IB 관계자는 "SK그룹 회사채들이 계열 증권사를 통하지 않게 될 경우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서 새 인수 대상자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SK그룹과 돈독한 하우스는 점유율을 더 키우거나 떨어지지 않기 위해, 미미하면 점유율을 대폭 늘리기 위해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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