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1조 베팅 손정의, 투자금 회수 가능할까 [치킨게임 E-커머스]연간 5000억 이상 손실로 배당 언감생심·IPO 요원…엑시트 여부 의문
김일문 기자공개 2017-06-27 08:29:18
[편집자주]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은 7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수년째 지속되는 치킨 게임 속에 주요 플레이어들은 손실 폭만 키우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등이 유통 공룡으로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E커머스 시장의 치킨게임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의 승리로 귀결될지, 한국 E-커머스 시장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6월 26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전 쿠팡에 1조 원이 넘는 실탄을 쥐어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투자금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을까. 당시 손 회장은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며 무려 5조 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평가했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재편은 아직 요원하다. 쿠팡의 시장 헤게모니 장악이 늦어질수록 손 회장의 투자금 회수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손정의 회장의 쿠팡 투자는 전환상환우선주(RCPS) 방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주 주주로 남아있다가 일정 시점 뒤에는 이 주식을 보통주로 바꾸거나 아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차입금의 성격을 모두 갖춘 사실상 주식형 채권의 일종이다.
지난 2015년 초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영국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소프트뱅크그룹인터내셔널을 투자 주체로 내세워 1조 1000억 원을 투자해 포워드벤처스(현 쿠팡) 지분 20%를 확보했다. 지분 100% 기준 쿠팡의 가치를 5조 원 이상으로 평가한 셈이다.
앞서 2014년 미국 세콰이어캐피탈이 1조 원의 가치로 1025억 원을 투자했고, 블랙록 컨소시엄이 2조 원 가치로 3300억 원을 투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의 성공에 대한 손 회장의 확신이 남달랐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쿠팡에 투자한 지 2년이 훌쩍 넘었지만 손 회장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아직 수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장사는 하고 있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재작년과 작년 50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적자 기조는 올해도 변함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쿠팡은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52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문제는 이커머스 시장의 치킨게임이 지속되면서 쿠팡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해 자본확충으로 연명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버는 돈이 없다보니 결손금이 쌓이면서 현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쿠팡의 누적 결손금은 1조 2000억 원을 웃돌고 있다. 6400억 원 수준이었던 전년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이러한 상황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지난해 자본 확충으로 4500억 원 가량이 유입됐지만 순손실(4800억 원)과 유형자산 취득(2600억 원)으로 현금이 3000억 원 가까이 빠져나면서 현금성 자산은 전년도보다 절반 정도 줄어든 36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쿠팡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의 엑시트(회수) 계획도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수익이 없어 배당조차 가져갈 수 없는 상황에서 IPO(기업공개) 역시 쿠팡의 실적 개선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손정의 회장이 단기적인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 쿠팡에 투자한 것은 아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투자 사례를 보면 쿠팡 역시 손 회장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0년 손정의 회장은 창업한 지 2년에 불과한 알리바바에 200억 원을 투자했다. 14년 뒤 알리바바는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60조 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얻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쿠팡에 1조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손 회장이 당장 투자금을 회수하기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다릴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문제는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느냐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오픈마켓 3곳(옥션, G마켓, 11번가)과 소셜커머스 3사(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 총 7곳이다. 이 가운데 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한 곳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이커머스는 벼랑끝에 내몰린 경쟁업체가 시장에서 사라져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며 "업계 구조조정으로 경쟁이 줄어들지 않는 한 적자를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쿠팡측도 당장의 흑자전환을 예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투자 규모가 점차 줄어들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쿠팡의 작년 매출은 전년도보다 70% 가까이 늘어났으나 매출 원가율과 판관비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쿠팡 관계자는 "현재의 실적은 향후 성장을 위한 투자가 계속 집행되면서 발생하게 된 계획된 적자"라며 "매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고, 고정 비용이 줄어들면 실적은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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