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27일 10: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물류 투자를 시작한 게 불과 2년 전이다. 인프라 투자인 탓에 당장 투자 회수가 어렵고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 (이익을 내려면) 투자를 멈추면 되지만 쿠팡의 지향점은 눈앞에 이익이 아니다."

쿠팡은 적자 누적을 비롯한 일련의 상황을 '시행착오'로 해석했다. 소셜커머스에서 시작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오픈마켓으로 변모하는 데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공헌이익이란 자체 관리 회계에서 쓰는 용어를 꺼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재무 회계상 쿠팡의 적자 규모는 2년사이 1조원이 넘었다. 쿠팡은 또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금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무제표상 현금 보유액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투자를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자금 조달 문제는 차후 과제다. 언제까지 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지난 2년 동안 쿠팡은 대규모 물류센터 설립과 3500명에 달하는 '쿠팡맨'을 직접 고용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집행했다. 이는 고스란히 회사의 고정비로 남았고 수천억 영업적자를 초래한 주된 원인이 됐다. 쿠팡은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52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2년간 영업적자가 1조원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쿠팡은 '공헌이익'을 보면 작년 4분기부터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공헌이익은 상품 판매가격에서 변동비와 고정비 등을 차감한 이익이다. 공헌이익은 공식적인 재무회계 용어가 아닌 쿠팡 내부에서 관리회계로 쓰는 개념이다. 쿠팡은 공헌이익을 보면 흑자전환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다.

쿠팡 관계자는 "매출 대비 손실 비율이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감소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으며 공헌이익 또한 2016년 4분기부터 흑자 전환한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공헌이익 흑자 전환은 발생하는 매출로 그동안의 인프라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매출 규모를 더욱 키우면 영업이익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한 물류 및 인프라 투자도 지속할 예정이다. 쿠팡은 "쿠팡맨 고용으로 인건비 비중이 많지만 매출 성장 속도를 높이면 이익을 내는 시점이 올 것으로 본다"며 "직매입을 통한 상품매출이 대폭 늘면서 거래처에 대한 구매력까지 갖췄기 때문에 다른 유통사들과 경쟁도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부 투자금도 아직 남아있다고 해명했다. 최근까지 물류 부문에 7000억~8000억원가량이 소요됐지만 소프트뱅크의 1조1000억원 외에 세콰이어캐피탈과 블랙록으로부터 4억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실제 지난 4월 김범석 대표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앞서 유치한 투자금 대부분이 남아 있어 현금 보유액은 건실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적자와 투자 규모를 감당하기에는 회사의 현금 여력은 불안정하다는 평가다. 유치한 투자금 대부분이 남아 있다는 지적과 달리 현금 유보액은 상당 수준 축소된 상태다.

쿠팡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 9212억원, 4499억원 규모 현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2년 연속 1조원 넘는 영업현금흐름 적자와 유무형자산 매입 등 투자활동에 4000억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6500억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은 3600억원으로 줄었다.


쿠팡은 현재 손실이 계획된 적자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쿠팡은 스스로를 '유통회사'가 아닌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PC나 스마트폰, 태블릿PC로 편리하게 물건을 사고 빠르고 친절하게 배송받길 원한다. 이를 실현하려면 대규모 IT인프라와 첨단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쿠팡 측은 "아마존과 같은 선진화된 E커머스 업체들은 구글에 맞먹는 검색 기능을 개발해냈다"면서 "쿠팡 역시 IT 관련 외부 인력 영입 등 R&D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김범석 대표의 기존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쿠팡 역시 물류와 배송 업무를 제3자에게 맡기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로켓배송'은 차별화 측면에서 필수 요소로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판관비 부담이 있지만 할인쿠폰이나 광고비와 달리 '매몰 비용'이 아니라 실제 매출과 자산으로 연결되는 비용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 측은 "애초에 IT를 기초로 시작했고 업력도 길지 않아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뒤따르고 있다"면서도 "당장 적자를 포기하고 단순 판매중개만 하면 되겠지만 쿠팡은 흑자가 목표가 아니며 지금까지 없었던 E커머스 회사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