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10일 13: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으로 올 상반기 설정액 10조 원을 넘겼다. 헤지펀드 시장 성장과 운명을 함께 하는 프라임브로커(PBS) 시장도 계약고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업계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상반기 PBS시장 승자는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를 꽉 잡은 삼성증권이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3위에 그쳤던 삼성증권은 넓은 판매망과 운용 지원 역량을 기반으로 신생사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NH투자증권을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2년 가까이 PBS사업자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NH투자증권은 삼성증권에 점유율 5%포인트를 내주며 2인자에 만족해야 했다.

PBS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KB증권의 약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투자가 PBS시장에 뛰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줄곧 꼴찌였던 KB증권은 특히 채권형 헤지펀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단숨에 옛 강자 미래에셋대우를 꺾었다.

◇'Again 2013' 신생사 관계 다진 삼성증권, PBS 1인자로 '우뚝'

삼성증권은 6월 말 기준으로 PBS설정액이 3조 1581억 원을 넘어서며 업계 1위로 자리매김했다. 점유율로 보면 29.6%로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삼성증권이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초만 해도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3위에 머물렀던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2위로 올라서더니 올해 6월 21일을 기점으로 PBS사업자 1위에 등극하는 역사를 썼다.


삼성증권의 PBS 1위 탈환은 2013년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옛 대우증권이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던 틈바구니에서 브레인자산운용의 헤지펀드 PBS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얻은 결과물이었다. 당시 처음으로 점유율 30%대에 올라서며 업계 선두에 올라섰다.

이듬해인 2014년까지 굳건하게 선두자리를 지키던 삼성증권은 2015년 1위 사업자로 올라선 공신이었던 브레인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수익률에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 계약고가 줄어들며 다시 대우증권에 자리를 내주고 2년 동안 다시 2인자 처지였다.

분위기가 다시 반전된 데는 삼성증권 PBS 조직의 선견지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 진입 문턱이 대폭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해 신생 자산운용사들을 고객으로 집중 공략했던 전략이 상당부분 유효했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수탁고가 1조 6487억 원 늘며 증가 순위로도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6월 말 기준 삼성증권 PBS를 이용하고 있는 운용사는 17곳, 펀드수는 121개다. 올해 특히 헤지펀드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라임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DS자산운용 등이 모두 삼성증권을 PBS 사업자로 두고 있다.

삼성증권의 활약으로 NH투자증권은 2위로 뒤쳐졌지만 상반기 계약고는 3366억 원 증가했다. 신생사를 중심으로 신규 계약사가 늘어난 영향이었다. 1위와는 계약금액으로 5482억 원, 점유율로는 5.1% 차이를 나타냈다.

◇ '꼴찌의 반란' KB증권, 채권형·하이일드 봇물 터진 4월 기점 '반전'

1위로 올라선 삼성증권 못지 않게 PBS시장에서 역사를 새로 쓴 하우스는 KB증권이다. 6월 말 기준 PBS 설정액은 1조 3946억 원으로 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한 업계 4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사업을 개시한 신한금융투자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PBS 강자였던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도 따돌렸다. 미래에셋대우와는 설정규모가 200억 원 남짓한 차이로 크지 않지만 몇 년째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던 KB증권의 도약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KB증권은 지난해 말에만 해도 설정규모가 5000억 원대에 불과한 사업자였다. 점유율은 한자릿수대였다. 올 들어서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던 KB증권이 급격한 변화를 맞은 것은 4월이다. 4월 한달에만 4200억 원의 신규 계약이 성사되며 처음으로 계약고 1조 원대 PBS에 등극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8588억 원의 수탁고 증가가 이뤄지며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3번째로 큰 폭의 성장을 나타냈다.

KB증권 PBS 사업 효자는 채권형 헤지펀드였다. 지난해 말 흥국자산운용이 불을 지핀 채권형 헤지펀드가 주목받으면서 올해 신규 설정되는 사례가 급증했고 KB증권이 이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고 평가된다.


6월 말 기준으로 KB증권과 PBS 계약을 맺고 있는 운용사는 13곳으로 펀드로는 총 77개다. 설정액 3648억 원으로 대어급 채권형 헤지펀드인 '삼성다빈치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1000억 원 규모의 '한국투자베이직전문투자형사모증권투자신탁73호(채권-파생형)' 모두 KB증권의 PBS 고객이다.

이런 대형사 펀드 외에도 씨스퀘어자산운용, 리코자산운용의 하이일드 헤지펀드가 KB증권 PBS를 사용하고 있고 메자닌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과도 계약 관계를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