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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화학계열 지배 키 '롯데물산' [미완의 원롯데 원리더]⑦롯데케미칼 등 화학사 장악, 롯데타워 활용 '日 지배력↓' 꾀할 듯

박창현 기자공개 2017-08-22 08:18:38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3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마지막 도전 과제는 '화학 BU(Business Unit)' 장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주사 전환을 통한 유통·식품 BU 지배력 강화와 추가 인적분할·합병 카드를 활용한 호텔BU 영향력 확대 수순까지 밟아 나가면 결국 마지막에는 화학 BU만 남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화학BU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롯데케미칼' 보유 지분이 0.26%에 불과하다. 더욱이 롯데케미칼 최대주주인 롯데물산의 경우 사실상 일본 롯데홀딩스 지배를 받고 있다.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과의 담판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롯데물산을 부동산 사업회사와 롯데케미칼 투자회사로 나눠서 일본롯데 홀딩스와 호텔롯데가 상호 보유 지분을 맞바꿀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통해 화학BU를 장악할 수 있고, 롯데홀딩스는 알짜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win-win)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물산 처리 방향에 따라 화학BU 지배 큰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화학BU는 현재 신 회장의 지배력이 미미한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최대주주(31.3%)인 롯데물산은 롯데홀딩스 지배를 받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롯데물산 지분 57%를 가진 최대주주다. 여기에 일본 측은 롯데케미칼 지분도 직접 9.3%나 들고 있다. 사실상 지배구조만 놓고 보면 화학BU는 일본롯데 지배 아래 있다.

롯데화학BU

신 회장의 화학BU 지배 첫 단추는 바로 호텔롯데 장악이다. 호텔롯데는 롯데물산 지분 31.1%를 가진 2대주주다. 호텔롯데를 화학BU 지배력 재편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해야하는 이유다.

따라서 순서상 신 회장은 호텔롯데와 롯데제과-쇼핑-칠성-푸드가 한 몸이 되는 '롯데지주' 간 분할 합병을 통해 먼저 호텔롯데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 이후 호텔롯데를 앞세워 화학BU 수복 절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지주 산하로 편입되면 롯데물산과 롯데케미칼 지배구조 재편을 두고 롯데홀딩스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 여전히 롯데케미칼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롯데물산 경영권을 롯데홀딩스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 회장과 호텔롯데는 일본 측에 확실한 유인책을 제시해야만 한다. 이 때 가장 매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롯데월드타워'다.

롯데물산은 크게 2개의 자산으로 이뤄져있다. 하나가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한 유형자산으로 작년 말 기준으로 장부가만 3조 1883억 원에 달한다. 다른 하나가 바로 롯데케미칼 지분 31.8%다. 장부가는 2조 9916억 원이다. 거의 1대 1 비율이다.

신 회장과 호텔롯데가 화학BU 지배력 구축을 위해 필요한 자산은 바로 롯데케미칼 지분이다. 따라서 롯데물산을 롯데월드타워 자산 보유 회사와 롯데케미칼 지분 보유 회사로 인적분할 한 후 주주간 서로 필요한 지분을 교환하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롯데BU

거래는 단순하다. 먼저 롯데물산을 부동산 자산 중심의 사업회사와 롯데케미칼 주식을 보유한 투자회사로 나누면 된다. 인적분할을 하면 롯데물산 1대 주주인 롯데홀딩스가 사업회사와 투자회사 지분을 각각 57%씩 갖게 된다. 똑같이 2대 주주인 호텔롯데도 기존 지분율인 31.3% 만큼 두 회사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서 호텔롯데와 롯데홀딩스는 지분 맞교환을 통해 서로 필요한 자산을 가져올 수 있다. 1대1 교환비율을 가정하면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투자회사 지분 31.3%를 가져오고, 대신 롯데월드타워 사업회사 지분 31.3%를 주면 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신 회장은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투자회사를 통해 롯데케미칼 지분을 44%까지 확보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 체제가 구축되는 셈이다.

반대로 롯데홀딩스는 롯데케미칼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롯데물산 부동산 사업회사 지분율을 88.1%까지 높일 수 있다. 롯데홀딩스 입장에서는 롯데케미칼 경영권 지분을 갖고 있어도 경영은 한국 롯데 측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경영 노하우가 필요 없는 부동산 자산을 획득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더 나아가 경영 활동에 대한 부담감도 떨쳐낼 수 있다.

해당 시나리오는 결국 신 회장과 롯데홀딩스의 결단이 필요하다. 먼저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롯데월드타워를 일본 측에 넘겼다는 비난을 감내해야 한다. 일본 측이 신 회장의 화학BU 재편 시나리오에 순순히 동의해줄지도 의문이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월드타워 교환 비율 산정 작업 또한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는 호텔롯데와 화학BU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결국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배구조 상 두 사업 영역이 톱니바퀴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고 의사결정권자 간 합의 없이는 재편 동력 자체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지속적인 상호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BU는 신동빈 회장의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재편 과정에서 상당히 큰 폭의 지배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이미 지배력을 손에 쥐고 있는 일본 주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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