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7월 21일 09: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7일 교보생명은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최초로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한 것이다.결과 또한 환상적이었다. 발행 규모 5억 달러의 10배가 넘는 최종 유효 수요 54억 달러를 확보했다. 4%에 미치지 못하는 3.95%의 금리는 금상첨화였다. 스왑(Swap)을 해서 원화와 직접 비교할 경우 금리는 60~70bp 더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보생명의 딜은 다른 생보사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5000억 원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투자 수요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주관사와 인수단이 리테일 수요까지 쌍끌이하면서 5550억 원의 주문을 겨우 받아냈다. 금리는 4.582%에 달했다.
교보생명이 성공적으로 한국물 시장에서 자본 확충을 이뤄낸 것은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2008년부터 국제 신용등급을 받아왔다. 외화채권 발행은 없었지만 등급은 매년 평정을 받았다. 첫 외화 조달까지 9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교보생명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생명보험사 중에 국제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는 곳은 없다.
무디스나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등급을 받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평사에게 회사채 본평가를 의뢰할 경우 한 달 내에 등급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글로벌 신평사들은 실무자·경영진 미팅 등을 통해 회사의 현 상황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각종 자료를 요구해 치밀하게 분석해 세 달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신종자본증권의 등급을 받을 때는 새로 평정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1~2개월의 기간이 추가된다. 교보생명 신종자본증권 딜의 성공을 보고 다른 보험사들이 한국물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채권을 조달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더라도 연말까지 발행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금의 조달처는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이 재무관리의 기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생보사들은 안정적인 원화 시장에 안주해 외화 조달에는 소홀했다. 9년 간 외화채권 발행이 없었지만 등급을 유지해 가장 필요한 시점에 활용한 교보생명의 '유비무환(有備無患)'이 한국물 시장과 생명보험 업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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