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08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인 제주항공이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 나섰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은 6억 원에서 162억 원으로 퀀텀점프 했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실적 컨센서스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업계도 놀란 눈치다.항공업계는 2분기가 전통적으로 계절적 비성수기인데다 사드 사태 영향으로 중국 정부가 3월 중순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리면서 저조한 실적이 예상됐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에어부산이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기록하는 등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대부분 LCC 업체도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LCC 업계가 사드 사태 후폭풍을 비켜간 것은 중국 노선에 투입되던 항공기를 일본 및 동남아 쪽으로 돌리는 등 기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국내 LCC 대부분은 인천 발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에 취항하는 운수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중국 내 운수권이 없어도 취항이 가능한 산둥성 지역 노선이나 부정기선에 크게 의존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 관련 이슈 발생 이후 중국인 입국자가 감소하면서 부정기선 매출이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됐다. LCC들은 부정기선에 투입했던 항공기를 일본과 동남아 노선 등에 활용하는 전략을 썼다.
예상은 적중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대비 2분기 일본 노선 매출이 80% 증가했고, 동남아 노선 매출은 70% 성장했다. 여기엔 해마다 급증하는 한국인의 해외여행(아웃바운드) 수요가 한 몫을 했다. 탑승객 수요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중국을 대신해 일본과 동남아로 노선을 돌린 항공기를 텅 빈 채로 운행하거나 하릴 없이 비행기를 놀려야 했을 상황이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 수가 하루 10만 명을 돌파하며 개항 이래 최다를 기록하는 등 해외 여행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한 해 700만 명을 웃돌았던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견조한 아웃바운드 수요가 LCC 성장을 뒷받침 해 준 것이다.
최근 몇 년간 LCC 업계는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된데다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사드 사태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업황이 좋자 한동안 6개사로 유지되던 LCC도 늘어날 조짐이다. 최근 에어로케이항공과 플라이양양이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신청을 냈다. LCC가 추가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LCC 호황은 해외 여행객 급증에 따른 아웃바운드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아웃바운드 수요는 국내 체감 경기가 얼어붙거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언제든지 감소할 수 있다. 사드 파고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국내 LCC들이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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