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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 기조 변화 생길까 RG발급 지원 대상 '중소→중견 조선사' 확대 우려

안경주 기자공개 2017-08-28 09:26:47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5일 13: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업 구조조정 기조가 유지될까. 정부가 정책금융기관을 동원해 중소 조선사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기존 조선업 구조조정 방향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 등은 이번 지원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그동안 유지해 온 조선업 구조조정 원칙이 깨졌다는 점에서 향후 변화의 가능성이 열렸다. 그동안 RG발급을 자제하던 시중은행이 동참할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24일 '중소 조선사 대상 RG발급 원활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형 조선사 중심으로 신규 수주가 잇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 조선사 지원을 위한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지원방안은 정책금융기관이 중소 조선사에 RG를 발급하기로 하면 신용보증기금이 이 중 75%를 보증해 주는 구조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해 4년간 1000억 원의 RG를 중소 조선사에 공급하기로 했다.

또 시중은행의 RG 공급 확대도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감독원, 은행, 중소 조선사가 참여하는 민관 정례 실무협의체를 분기마다 가동키로 했다.

조선사들이 선박 수주를 하기 위해선 은행의 RG 발급이 필수라는 점에서 정부가 나서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RG는 대형 조선사에 집중돼 왔다.

신보 부분보증

하지만 이번 발표를 두고 '부실기업 퇴출'이란 기존 조선업 구조조정 기조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중소 조선사에 대해 △채권단 추가 신규지원 불가 △채권단 손실(RG 콜) 최소화 △유동성 부족 발생 시 처리방향 원점 재검토 등을 구조조정 원칙으로 내세웠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중소 조선사 지원과 관련해 "시황 전망이 상당히 불투명한 상태에서 조선사 경쟁력이 불확실한 회사까지 지원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만에 그동안의 조선업 구조조정 원칙을 깨는 중소 조선사 지원방안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STX조선, 성동조선, 대선조선 등 일반상선을 건조하는 조선사들은 이번 지원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기존 조선업 구조조정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존에 이들 조선사를 '중소' 조선사로 분류했으나 이번 지원방안부터 '중견' 조선사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원칙이 깨졌다는 평가다. 이번 지원방안에선 STX조선 등을 중견조선사로 분류했지만 사실상 점진적으로 중소조선사에서 중견조선사로 RG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른바 '좀비기업'을 연명시켜주면서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지난 7월 성동조선이 선박을 수주할 수 있도록 RG발급 요건을 완화해줬다. 당초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의 경우 선박건조에 투입되는 원가가 높은 만큼 원가감소를 위한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RG를 발급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더 이상의 신규 지원이 없다고 밝힌 조선업 구조조정 원칙을 깬 것"이라며 "향후 지원대상을 중소조선사에서 중견조선사로 언제든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선업 구조조정 원칙이 훼손됐다는 점에서 향후 구조조정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다만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기조가 바뀌더라도 시중은행의 동참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G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선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시중은행의 참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조선업에 대한 여신을 줄여왔고 이 과정에서 조선사 규모와 관계없이 RG발급도 자제해 왔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올해도 조선업부문 여신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RG발급 역시 최대한 자제할 계획을 세웠다"며 "정부가 (STX조선, 성동조선 등 중견조선사에) RG 공급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시중은행의 참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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