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부재 삼성 어디로]집단경영체제 도입론 제기…사장단 회의 격상?미전실 부활 가능성은 낮아…CEO간 의견 조율 창구는 필요
김일문 기자공개 2017-08-25 17:20:14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5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사진)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이 총수 부재 상황을 다시 맡게 됐다. 과거와 달리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 최고 결정 기능이 사라졌다. 미래전략실이 완전 해체됐고 미래전략실 핵심 인력들도 법정 구속되거나 그룹을 떠났다.삼성 안팎에선 집단 경영 체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단순 네트워크 모임이었던 사장단 회의를 격상하거나 주요 계열사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의 협의체를 별도로 구성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당장은 이같은 집단 경영 체제 대신 각 계열사들이 독자 경영하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25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최지성 미래전략실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도 각각 4년 형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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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단순히 삼성전자에만 국한된 사안은 아니다. 그룹 전반의 경영과 관리 감독을 맡고 있던 미래전략실의 도움을 받아 총수로서 굵직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공백은 삼성그룹 계열사에게도 적지않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집단경영체제 도입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이유는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그룹 중추 역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삼성은 앞서 올해 초 이재용 부회장 구속과 함께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바 있다. 최 전 실장을 비롯해 주요 미전실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은 모두 사임했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후 삼성은 계열사별로 독립 경영을 해 왔다.
표면적으론 독립 경영이지만 대규모 그룹 집단인 삼성에 콘트롤 타워가 없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여기에 총수까지 구속돼 자리를 비우면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전자 계열사들의 경우 사업의 밸류 체인상 협업과 정보 교환이 빈번히 이뤄지고 이를 통해 사업의 전략을 보다 디테일하게 짜 왔다. '포스트 미래전략실'의 필요성은 삼성그룹 안팎에서 여전히 제기된다.
당장 미래전략실이 부활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식 해체를 선언한 상황에서 여론의 질타와 비판을 감내하면서 미래전략실 혹은 유사한 기능의 조직을 다시 만드는 것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과거 다양한 사건 사고에 연루되면서 이름만 바꿔 컨트롤타워를 유지해왔던 그 동안의 행태가 이번에 다시 재현될 공산은 크지 않다. 미래전략실은 선대 이병철 회장 시절 비서실을 시작으로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위원회 등의 이름으로 존속해왔다.
따라서 계열사간 소통과 협업을 위한 최소한의 협의체 구성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사장단 회의의 격상이 한 대안이다. 사장단 회의는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매주 수요일 아침 서초사옥에 한꺼번에 모이는 행사였다. 그동안 수요 사장단 회의는 주요 명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사장들간 업무 교류를 하는 장이었다.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사장단 회의도 지난 3월부터 전면 중지됐다.
사장단 회의를 다시 정례화하고 의사 결정 구조를 격상하면 그룹 계열사간 최소한의 업무 조율 기능은 유지할 수 있다. 계열사간 완벽한 독립 경영이 이뤄지더라도 일정 기간은 최고경영자 중심의 조율과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유사한 형태로 주요 CEO들간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경영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인수 합병 및 투자 결정까지 내리는 역할을 수행 한 바 있다.
사장단 회의를 통해 경영 의사 조율을 하게 될 경우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 수장이 이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의장을 맡고, 각 계열사 대표가 정기적으로 모여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1심 결정이며 특검법 상 2개월 내에 2심이 열리게 된다. 항소를 통해 형량이 낮춰지거나 무죄를 받게된다면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는 가능하다. 삼성 입장에선 2심이나 3심의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경영 구조에 대해 구체화하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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