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삼성 엑소더스'…실현 가능성은? 반기업정서에 해외 이전설까지…실정법 및 비용상 쉽지 않아
이경주 기자공개 2017-09-01 07:54:25
이 기사는 2017년 08월 31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이 본사를 미국 캘리포니아로 옮긴다?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대기업들의 '엑소더스(EXODUS. 해외탈출)'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는 반기업정서와 법인세율 인상 등 대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도 한 몫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보다 큰 상황에서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실정법과 비용 면에서 삼성전자의 본사 해외 이전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생산 시설이 여전히 국내에 많아 본사를 옮겨도 국내법의 적용을 받게 되고 각종 생산 설비를 해외로 옮기는 데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힘들 지경까지 기업환경이 악화되고 해외 사업 비중을 더 늘리면 삼성 등 대기업 엑소더스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삼성전자와 같이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기업들은 굳이 국내에 본사를 두면서 각종 규제를 받을 필요가 있냐는 주장도 나온다"며 "현실적으론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기업인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기에 나오는 하소연"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해외 본사 이전은 실체가 없는 주장이다. 삼성 내부에선 이같은 내용을 검토한 바도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업 환경을 어렵게 하는 정책 불확실성 탓에 푸념 섞인 엑소더스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5일 1심 선고공판에서 뇌물혐의로 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최순실 일가에 대한 대한 뇌물공여와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국회 위증 등의 혐의가 모두 인정됐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여론 재판의 성격이 짙다. 결정적인 증거 없이 재판장 밖에서 삼성의 부도덕성을 지탄하는 여론 몰이가 있었다. 재판과 상관없는 문자 메시지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모 공개 등은 시의 적절하게 쏟아졌다.
삼성 뿐 아니다. 대기업들을 옥죄는 각종 정책들도 다수 쏟아지고 있다. 법인세율 상향, 정규직 전환 강화, 최저임금상향 조정,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선 법인세 등을 이유로 본사를 다른 나라로 옮긴 사례가 다수 있다. 미국 글로벌 외식업체 버거킹은 캐나다 커피체인점 팀 홀튼을 인수합병하면서 본사를 캐나다로 이전 시키는데 성공했다. 캐나다의 법인세는 평균 27% 수준으로 미국보다 낮다. 버거킹은 합병회사의 지주회사(본사)를 캐나다에 설립하는 방식으로 법인세의 3분의 1을 줄였다.
화이자도 엘러간을 인수하며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이탈리아 피아트도 미국 크라이슬러와 합병 후 등기상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기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해외 이전은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실정법상 단순 본사 이전은 삼성전자에 실익이 없다. 삼성전자 본사만 해외로 이전시킨다 해도 국내에 생산시설이 있으면 국내법을 적용 받는다. 케이먼 제도에 설립된 회사가 대부분의 생산 및 활동을 한국에서 한다면 한국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법학 교수는 "국내 상법은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활동을 영위할 경우 본사가 해외에 있더라도 국내법을 준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생산공장을 대다수 국내에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본사만 해외로 옮긴다고 국내법 적용을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주요 시설을 모두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국내법 적용을 피할 가능성은 있다. 해외 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인수 합병을 통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한 것과 같은 이치다.
삼성전자는 국내 12개 사업장을 두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삼성전자의 생산시설 자산 가치는 장부가액 기준으로 103조6952억원 수준이다. 국내와 해외 자산 비중은 구분되지 않지만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 대부분이 국내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 비중이 국내 생산 시설이다. 수십조원 규모의 자산을 해외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생산시설까지 본사와 함께 모두 해외로 이전시킨다는 것은 수십 조 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다"며 "다만 해외 생산 시설을 늘리고 M&A를 통해 해외 비중이 커진다면 중장기적인 본사 해외 이전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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