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애착 쏟은 전장 합작사는 'SB리모티브' ⑤삼성SDI·보쉬 협력·유지에 관여…박상진 전 사장 중단결정 불만
이경주 기자공개 2017-08-08 08:18:47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7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자동차부품 1위인 독일 보쉬(Bosch)와 삼성SDI의 합작사 SB리모티브(에스비리모티브) 설립과 유지에 적극 관여한 사실이 최근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SB리모티브는 삼성SDI 중형전지(전기차 배터리)사업부의 전신이다.이같은 발언은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의 경영에 깊숙히 관여한 반면 다른 계열사 업무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일 진행된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 공판 피고인신문에서 SB리모티브 설립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밝혔다. 박상진 전 삼성SDI 사장을 질책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설명하면서 전자 계열사 경영에 깊숙히 관여했음을 시사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I라는 계열사에서 박 사장 전임자가 유럽 전장업체와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는데 박 사장이 취임하면서 그 업체랑 협력관계를 끝냈다"며 "그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유지시키는데 나름대로 노력하고 열정을 갖고 일했기 때문에 박 사장 판단이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사장 본인의 경영판단을 했겠지만 그 후 그 사업 부실이 조금씩 늘어나 나중엔 1조 원 가까운 사업부실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 설명에 부합하는 삼성SDI 합작사는 SB리모티브가 유일하다. SB리모티브는 김순택 전 사장 재직시절인 2008년 8월 설립됐다. 삼성SDI와 보쉬가 각각 5대 5비율로 출자해 공동 경영하는 구조였다. 삼성SDI는 사업영역을 전기차용 중형 전지로 확대하기 위해 보쉬와 합작을 추진하게 됐다. 삼성SDI는 당시 휴대폰과 노트북 등에 필요한 소형전지에 사업이 국한됐었다.
삼성SDI는 글로벌 완성체 업체를 두루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보쉬와 손을 잡는 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단기 진입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자동차부품 사업은 '안전성'이 최우선시 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보쉬도 배터리 제조기술은 없었기에 협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삼성SDI가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들면 보쉬가 고객사들에게 팔고 이익은 양사가 나눠 갖는 구조의 합작경영이다.
피고인신문 내용으로 보면 이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보쉬 경영진과 회동하며 양 사 협상의 윤활유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엔 핵심 고객사 독일 완성차업체 BMW로의 영업에도 관여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합작사 관련 협상 이후에도 BMW 영업에도 많은 신경을 써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사장으로 대표이사 바뀐 후 양사의 협력관계는 끝이 난다. 2011년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 전 사장은 2012년 10월 보쉬가 들고 있던 SB리모티브 지분 50%를 매입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2013년 1월엔 SB리모티브를 흡수합병하고 자동차전지사업부를 신설했다. 보쉬 도움에 기대지 않고 자력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겠다는 결정이었다.
당시 그룹 주요 현안에 대한 결재라인은 '이건희→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각 계열사 대표'로 박 전 사장은 이 부회장 인가 없이 보쉬와 협력을 중단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2012년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이 건재했던 시기라 부친이 선임한 타 계열사 전문경영인에 대해 이 부회장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박 전 사장은 이 부회장에게 소위 '미운털'이 박히게 됐다.
SB리모티브는 2008년 설립 이후 삼성SDI 흡수합병 직전인 2012년까지 선행투자 지출로 총 3596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 부회장 발언으로 보면 이후에도 손실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삼성SDI가 중형전지사업에 대한 개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구체 확인은 불가능하다. 다만 중형이 포함된 에너지솔루션부문(소형, 중형, 대형) 영업적자는 지난해 1조1039억 원에 달했다. 전년 4956억 원에서 두 배 이상 규모로 늘었다. 적자는 대다수 중형전지 부문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본인의 공식 직함인 삼성전자 부회장에 맞게 전자 계열사의 현안에 대해 소상히 의견을 피력했으나 다른 계열사 경영 상황에 대해선 깊이 있게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은 물론 최순실 모녀에게 지원한 내용에 대해서도 사후적으로 보고를 받았을 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