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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실트론 잔여지분 TRS로 인수한 속사정은 부외부채로 인식…재무구조 훼손 막기 위한 조치인 듯

김일문 기자공개 2017-09-15 08:33:08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4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지주사 SK㈜가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총수익스왑(TRS:Total Return Swap) 방식을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SK는 LG실트론 잔여지분을 가져오면서 단순 차입 대신 거래구조가 복잡한 TRS를 선택했다. 시장에서는 재무구조 훼손을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SK㈜는 최근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KTB PE가 보유하고 있던 LG실트론 지분 19.6%를 약 1600억 원에 인수했다. 앞서 SK㈜는 올초 ㈜LG로부터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개인 자격으로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 채권단이 보유했던 LG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했다. SK㈜와 최 회장이 LG실트론 지분 100%를 모두 가져온 셈이 됐다.

이번 잔여지분 인수 거래는 TRS 구조로 설계됐다. 최태원 회장의 인수분은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20%와 9.4%를 맡았고 SK㈜의 19.6%는 NH투자증권 구조화금융부가 설계했다.

TRS는 일종의 대출 계약으로 투자자(증권사)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자본이득 또는 손실을 포함한 모든 현금흐름을 계약 상대방에 지급하되 그 대가로 약정이자를 받는 거래다. TRS 거래 특성상 LG실트론 지분에 대한 소유권을 포함, 모든 주주 권리는 증권사들이 갖고 간다. 엄밀히 따지면 이번 거래 대상 지분은 최태원 회장과 SK㈜의 소유가 아닌 셈이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2500억 원에 달하는 지분 인수금을 한꺼번에 납부할 수 없으니 TRS 계약을 활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LG실트론 지분에 눈독을 들일때부터 TRS 계약의 형태로 일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다는 소식이 일찌감치 들렸다.

하지만 SK㈜의 경우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지분을 가져오면서 복잡한 계약과 트리거 조항이 달려있는 TRS를 선택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TRS는 이자비용이 싸지도 않다. 투자자에게 지분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계약 당사자에게 불리하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보유 현금을 쓰지 않더라도 신용등급이 우량(AA+)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서도 비교적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TRS를 선택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추론은 SK㈜가 LG실트론 지분 추가 매입에 더 이상 돈을 쓰고 싶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이미 지분 51%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62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지불한 마당에 보유 현금을 활용해 지분을 늘리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회사채 발행 등 차입을 통해 인수할 수도 있지만 재무구조 악화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반면 TRS는 부외부채(簿外負債: 채무가 존재하지만 장부에는 계상되지 않는 부채)로 인식돼 실제 대차대조표 상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SK㈜ 입장에선 LG실트론 지분이 외부로 팔리는 것을 막되 재무구조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증권사를 활용해 지분을 묶어두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TRS는 당장 부채로 잡히지 않는 북오프(Book Off) 특성 때문에 표면적인 재무구조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에서 SK㈜가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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