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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 넘치는 현금 '금융상품' 투자만 [엔터테인먼트 경영 2.0]②2200억 유입, 금융자산 1800억↑..사드 여파 투자처 발굴 '난항'

박창현 기자공개 2017-09-28 08:33:14

[편집자주]

엔터테인먼트사는 더는 구멍가게가 아니다. 이미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지 20여년 된 기업도 있다. 특화된 경영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구축되고 있다.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지배·재무 구조를 점검하고 개성 강한 경영 스타일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6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수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엔터)가 정작 유입 현금 대부분을 금융상품 투자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 새 금융자산 투자금만 14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사드 여파 등으로 외부 불확실성이 커지자 최대한 몸은 낮추고 보수적인 자금 운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YG엔터는 2014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 한류 열풍이 최고조에 이르자 장기 발전과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선제적인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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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 = 단기금융자산+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장기금융자산 총 합계

먼저 그 해 4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12억 원을 조달했다. 6개월 뒤에는 프랑스 명품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으로부터 6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단 1년 만에 1100억 원이 넘는 현금이 유입됐다.

YG엔터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에 따라 170억 원 가량을 본사 사옥 건립에 쓴다. 또 신사업 추진의 일환으로 광고대행업체인 '휘닉스홀딩스(현 YG플러스)'를 약 500억 원에 인수했다. 영업활동을 통해서도 25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창출한 YG엔터는 신규 투자와 배당 지급을 하고도 600억 원이 넘는 여유자금이 남았다.

YG엔터는 이 여유자금으로 금융자산을 대거 매입했다. 먼저 현금화가 용이한 단기금융상품에 423억 원을 새로 투자했다. 대규모 투자 덕분에 YG엔터의 단기금융상품 투자액은 전년도 325억 원에서 749억 원으로 늘었다. 장기금융자산과 기타비유동금융자산 투자금도 113억 원에서 214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렇게 한 해 동안 금융상품 투자에 신규로 투입된 자금만 423억 원에 달했다. 여유 자금 대부분을 금융상품 투자에 쓴 셈이다. 남은 200억 원 대 자금은 그대로 현금성 자산으로 쌓였다.

2015년에는 특별한 자본 유치 거래가 없었다. 그럼에도 YG엔터는 내부 유보금을 활용해 금융상품 투자에 열을 올렸다. 그 해에는 금융상품 중에서도 '당기손익인식 금융자산'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1년 새 당기손익인식금융상품 투자액이 400억 원 넘게 늘었다. 전체 금융자산 투자액도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중국 투자자들이 YG엔터에 자본금을 수혈했다. 중국 최대 IT기업인 텐센트와 중국 1위 온라인 티켓팅 업체인 웨잉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YG엔터 신주 147만 여주(8.2%)를 취득했다. 자본이 확충되면서 YG엔터는 648억 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했다. YG엔터는 해당 자금을 활용해 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중국시장 진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그 즈음 사드 배치 후폭풍 여파로 중국 시장 환경이 크게 악화되면서 투자 동력을 잃고 말았다. 이에 YG엔터는 유입 자금을 금융자산 매입에 재투입했다. 지난해 최대 투자처는 장기금융자산이었다. 실제 전년도 138억 원 수준이었던 장기금융자산 투자액은 1년 만에 663억 원으로 늘었다. 단기간 내 투자처 발굴이 어렵다고 판단, 만기 기간이 긴 투자 상품에 여유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YG엔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상품에만 총 1520억 원을 투자했다. 전년도와 비교해 4372억 원이나 투자 규모가 늘었다. 여기에 현금성 자산도 26억 원에서 240억 원으로 214억 원 증가했다. 운영 자금은 영업활동 창출 현금으로 충당하고, 증자로 새롭게 유입된 자금은 사실상 모두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내부 유보금으로 쌓아둔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올해 4월에는 '네이버'에서 500억 원의 자본금을 출자받았다. 이번에도 YG엔터는 유입된 현금 대부분을 금융상품에 넣어뒀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금융자산 투자액은 역대 최대인 1869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규 사업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종속회사 총 장부가격(투자금)은 2014년 YG플러스 인수 이후 600억 원 대에서 수년 째 머무르고 있다.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신규 투자가 전무했던 셈이다. 예정된 대규모 투자는 416억 원 규모의 사옥 신축 부동산 투자가 전부다.

업계는 YG엔터가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대비하고, 선제적인 투자 여력을 갖추기 위해 전방위적인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정작 신규 투자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던 중국시장이 사드 배치 보복 후폭풍으로 인해 굳게 닫힌 것이 결정적이다.

아울러 자본금은 늘어났지만 가시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주당 순이익(EPS)만 낮아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투자 위험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자금 운용 효율 측면에서 최선의 방안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시장 환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YG엔터테인먼트도 현금을 쌓아두고 외부 충격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중국 시장이 열려있으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겠지만 현재는 그럴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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