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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부회장 자진 사퇴…초유의 리더 공백 올해 그룹 대외활동까지 챙겨…"후배 경영진, 새출발할 때"

김성미 기자공개 2017-10-13 11:22:25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3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_폴리티코 연설 (1)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솔베이 도서관에서 개최된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유럽 대표 행사인 플레이북 조찬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모두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권 부회장마저 자리에서 물러나면 삼성전자는 초유의 리더십 공백 상태를 맞는다.

권오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을 맡는 부품(DS)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당장 DS 부문 대표에서 물러나고 내년 3월 이후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놓을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등으로 인해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대외활동을 담당해온 터라 대내외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 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 부회장은 자신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권 부회장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을 키운 장본인이다. 지난해 4월에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됐다. 그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만 탑재되던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올 들어 애플에도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권오현 효과라 부르기도 했다. 올해 디스플레이 사업부는 6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지난해(2조 2000억 원)보다 160%가량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권 부회장은 올 들어 사업부문장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대표이사로서의 대외 행보가 많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사퇴 등으로 회사의 주요 대외 이슈를 대응할 만한 인물이 없었던 탓이다.

권 부회장은 그동안 DS부문에 몸담으며 반올림 등 반도체 관련 이슈에는 전면에 나섰지만 그룹 대표 역할은 적었다. 하지만 지난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 미국 순방길 경제 사절단에 포함돼 동행하기도 했으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4대그룹 대표 회동에도 참석했다.

권 부회장은 "삼성에 몸담아 온 지난 32년 연구원으로 또 경영의 일선에서 우리 반도체가 세계 일등으로 성장해 온 과정에 참여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며 "이 자리를 떠나면서 저의 이런 자부심과 보람을 임직원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저의 충정을 깊이 헤아려 주시고 변함없이 자신의 소임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의 사퇴는 이재용 부회장 등과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의 사퇴 소식은 내부에도 이날 오전10시경에 알려졌을 뿐이다. 권 부회장은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게 사퇴결심을 전하며 이해를 구할 예정이고 후임자도 추천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 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과 반도체사업부 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왔다. 2016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도 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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