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18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출입은행이 상임이사 수를 줄이고 비상임이사(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지배구조 혁신안' 완성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까. 최근 수은 경영진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면서 '지배구조 혁신안'을 이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분위기다. 이달 말께로 예상되는 임원인사 과정에서 상임이사 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또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키로 한 임원추천위원회 운영을 위해서 비상임이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쏠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해 10월 △부실재발방지 △자구노력 정책금융 기능제고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혁신안(23개 과제)을 발표, 이행 중에 있다. 수은 관계자는 "혁신안 과제 중 70% 가량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당시 수은이 발표한 혁신안 중 핵심은 지배구조부문이다. 내부인사 위주의 이사회를 제3자에 의한 견제가 가능한 지배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현행 수은 이사회는 은행장, 전무이사, 상임이사 2명, 비상임이사 2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상위 의결기구인 이사회 의장은 은행장이 맡고 있다. 은행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사회 소집이 가능하고, 이사회 의결은 구성원 과반수 출석으로 열린다. 출석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시 이사회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이사회 구조가 내부인사로만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상임이사 2명이 불참해도 이사회를 열 수 있고, 반대표를 던져도 은행장을 비롯한 내부인사 모두 찬성표를 던지면 이사회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2013년 2명의 비상임이사 자리가 10개월 가량 공석이었지만 수은 이사회는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지난해 11월에도 비상임이사 임기가 끝나 2개월 가량 공석인 채 운영됐다.
이 때문에 수은은 상임이사 수를 1명으로 줄이고 비상임이사 수를 3명으로 늘리는 지배구조 혁신안을 내놨다. 혁신안이 이행되면 수은 이사회 구성은 은행장, 전무이사, 상임이사 등 내부인사 3명과 비상임이사 3명으로 바뀐다. 비상임이사가 빠져서는 이사회 자체가 열릴 수 없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다만 수은은 지배구조 혁신안의 완성시점을 현 상임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께로 잡았다.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제12조에서 임원(은행장, 전무이사, 이사, 감사)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한 만큼 임기만료 전까지 상임이사 자리를 줄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수은의 상임이사는 최성환·김성택 부행장으로 내년 6월30일까지 임기다.
하지만 최근 수은 경영진 전원이 일괄사표를 제출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은성수 행장이 전무이사를 포함한 상임이사 교체에 나설 경우 내년 6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배구조 혁신안을 이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수은 관계자는 "전무이사와 상임이사가 임기를 남기고 그만두면 신임 이사를 선임하고 3년의 임기를 새롭게 시작한다"며 "은성수 행장이 전무·상임이사들의 남은 임기까지 보장해줄지, 아니면 교체에 나설지 알 수 없지만 지배구조 혁신안의 완성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여건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은성수 행장이 전무·상임이사 교체에 나서더라도 상임이사 수를 줄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상임이사의 3년 임기가 수은법에 보장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배구조 혁신안 완성시점이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무·상임이사 교체에 나서면 상임이사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수은이 최근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키로 한 임원추천위원회 역시 비상임이사 확대를 전제로 추진된다는 점도 지배구조 혁신안의 완성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수은 은행장이 제청권한을 보유한 전무이사·상임이사·비상임이사 후보를 위원회에서 선정해 은행장에게 추천하는 제도다. 수은은 임원추천위원회를 은행장, 전무이사, 비상임이사로 구성하고 위원수의 절반 이상을 비상임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현재 비상임이사 수가 2명이라는 점에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만 비상임이사와 내부인사가 동수라는 점에서 효율적인 운영이 어렵다. 수은 다른 관계자는 "이번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방안은 비상임이사 수를 늘리는 것을 전제로 추진된다"며 "상임이사 수 감축과 관계없이 연내 비상임이사를 1명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은 안팎에선 이번 경영진의 일괄사표 제출을 계기로 대대적인 교체 인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015년 이후 조선·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데다 성동조선해양 등 대출 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국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이달 말께 임원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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