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민간기업 최대 발행…위기에 더 빛났다 [Deal Story]대내외 악재에도 우량 펀더멘털 입증…글로벌 완성차 채권 희소성 부각
이길용 기자공개 2017-10-23 13:57:42
이 기사는 2017년 10월 20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자동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본드(RegS/144a)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는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 주요 시장 판매 실적 부진 등 악재가 수두룩하게 쌓여있는 상황에서도 주문이 몰렸다.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 최고 인기 발행사임을 입증했다. 여러 악재가 존재하지만 우량한 신용도를 갖춘 기아차의 채권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성황을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기아자동차는 지난 19일 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본드 발행을 선언(announce)하고 투자자 모집을 개시했다. 트랜치(tranche)는 5.5년물과 10년물로 구성했으며 이니셜 가이던스(Initial Pricing Guidance·IPG, 최초 제시 금리)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5T)와 10년물 금리(10T)에 각각 145bp와 15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1년 6개월 만에 한국물 시장에 다시 복귀한 기아자동차 글로벌본드에 아시아 투자자들부터 엄청난 주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는 가이던스를 5T+120~125bp, 10T+125~130bp로 수정했는데 주문의 이탈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주문은 40억 달러를 소폭 넘었지만 유효 수요는 5.5년물 22억 달러, 10년물 12억 5000만 달러로 최종 집계됐다. 발행 규모는 5.5년물 6억 달러, 10년물 3억 달러로 확정했다. 이는 한국물 발행 민간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주문이 성황을 이루면서 스프레드(가산금리)는 수정 가이던스 하단인 5T+120bp, 10T+125bp로 결정했다. 쿠폰(coupon)은 5.5년물 3%와 10년물 3.5%를 기록했고 일드(Yield)는 각각 3.163%와 3.561%로 책정됐다. 특히 5.5년물의 경우 뉴이슈프리미엄(New Issue Premium·NIP)이 -5bp 수준으로 결정될 정도로 높은 가격에 주문을 낸 투자자들이 많았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부터 한국물 시장의 최고 인기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7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면서 무려 97억 달러의 주문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올해도 9억 달러를 발행하면서 총 34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유효 수요를 확보해 몸값을 입증했다.
지난 7월 교보생명이 5억 달러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54억 달러의 주문을 얻어낸 것보다는 작지만 기아자동차의 주문 물량도 엄청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교보생명은 국내 보험사 최초의 하이브리드(hybrid) 증권이었고 금리 자체가 높다보니 주문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당시에는 북한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당히 해소된 상황이었다. 기아자동차는 선순위 채권이었고 북한의 6차 핵실험, 미사일 발사, 북미간 외교설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잔존해 상황 자체가 달랐다.
외부적인 악재뿐만 아니라 기아자동차 내부적인 악재도 산재해 있었다.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일부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역사상 최대규모로 충당금을 설정했고 주요 공략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9월에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기아자동차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내외적 악재로 기아자동차의 주가는 지지부진하지만 한국물 시장에서의 몸값은 달랐다. 기아자동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하게 신용도가 개선된 곳이다. 도요타가 2010년 이후 대규모 리콜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해에는 폭스바겐이 디젤 게이트로 엄청난 타격을 입으면서 신용도가 휘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아자동차는 이번에 S&P의 전망 조정이 있었지만 BBB~A급 안정적인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물 투자자들은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기아자동차의 재무구조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평가했다. 판매 부진으로 이익 폭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적자로 전환될 정도로 펀더멘털이 흔들린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 수익을 반영하는 주식 시장에서는 민감한 이슈지만 크레딧이 핵심인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기아자동차가 매력적이다.
기아자동차가 한국물 시장에서 갖는 희소성도 몸값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한국물은 국가 신용등급을 적용받는 국책은행이나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공모로 외화를 조달하는 민간기업들이 많지 않아 이들 딜에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한국물 민간기업 발행사들은 대부분 BBB~A급에 위치하는데 AA급인 국가 기관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제 채권 시장에서 기아자동차의 글로벌본드는 희소성을 갖는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들을 통해 채권을 찍는 경우가 많다. 현대자동차그룹 입장에서도 현대캐피탈(HCS)이나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발행하는 채권의 양이 상당하다.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찍는 채권 자체가 희소하다보니 기아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기아자동차의 국제 신용등급은 무디스 Baa1(안정적), S&P A-(부정적), 피치 BBB+(안정적)이다. S&P는 기아자동차의 높은 성장성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근거로 지난 2015년 선제적으로 다른 신평사와 달리 등급을 한 노치 높였다. 지난 9월 전망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악재를 다소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S&P도 기아차의 우량한 펀더멘털 자체는 여전히 긍정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딜에서 전망 조정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지속적으로 발생한 여러 악재로 인해 기아자동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으나 이번 딜을 통해 오히려 기아자동차의 우수한 펀더멘털이 입증됐다"며 "지난해부터는 한국물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딜은 BNP파리바, BOA메릴린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 HSBC, 노무라증권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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