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북핵 리스크 없다"…미국에서 입증 [Deal Story]3년·5년 FXD 미국 비중 30~40%…합리적 가격 결정, 투자자 환호
이길용 기자공개 2017-10-27 16:37:42
이 기사는 2017년 10월 26일 0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출입은행이 자금 유치 전략의 핵심을 미국에 둔 것이 주효했다.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장 심하게 받아들이는 시장이라 다소 의외의 전략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결론은 성공적이었다. 최근 한국물(Korean Paper·KP) 발행사들이 아시아 투자자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수출입은행은 인기가 많은 트랜치(tranche) 발행 규모를 대폭 늘렸고 적절한 프리미엄(Premium)을 제공하면서 미국 투자자들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수출입은행 딜을 통해 미국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만을 고려해 한국물 투자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4일 아시아 시장에서 투자자 모집을 선언(announce)하고 글로벌본드 북빌딩(수요예측)을 시작했다. 트랜치는 3년물과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 5년물 변동금리부채권(FRN)으로 구성했다. 이니셜 가이던스(Initial Pricing Guidance·IPG, 최초 제시 금리)는 3년물과 5년물 FXD의 경우 미국 국채 3년물 금리(3T)와 5년물 금리(5T)에 각각 110bp와 12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5년물 FRN은 리보(Libor)와 동일한 수준이다.
주문은 폭발적으로 몰렸다. 3년물과 5년물 FXD에는 각각 9억 달러와 22억 달러, 5년물 FRN에는 13억 달러가 최종 유효 수요로 집계됐다. 수출입은행은 발행 규모를 3년물 FXD 4억 달러, 5년물 FXD 10억 달러, 5년물 FRN 6억 달러로 확정했다. 발행 스프레드는 3T+90bp, 5T+90bp, 리보+92.5bp로 결정했다. 이번 딜에는 200개가 넘는 기관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입은행의 20억 달러 글로벌본드 딜은 올해 있었던 한국물 딜 중 최대 규모다. 특히 5년물 FXD도 올해 한국물 단일 트랜치로는 처음으로 10억 달러 발행에 성공했다. 수출입은행은 딜 로드쇼(Deal Roadshow)를 통해 유럽과 미국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해 수출입은행의 투자 매력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번 딜에서는 미국 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올해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많은 한국물 발행사들이 아시아 투자자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북한 이슈에 익숙한 아시아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유럽과 미국 투자자보다는 둔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로 인해 올해 한국물 딜 중에서 미국 투자자 비중이 20%가 넘는 딜은 손에 꼽았다.
수출입은행은 이번 딜에서 FXD의 경우 미국 투자자들을 대규모로 유치했다. 3년물 FXD는 아시아 40%, 미국 35%, 유럽 25%로 배정됐고 5년물 FXD의 경우에는 아시아 39%, 미국 41%, 유럽 20%로 미국 비중이 아시아보다도 높았다. 미국 투자자들은 자산운용사 위주로 구성돼 FXD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시아 투자자가 많은 5년물 FRN은 아시아 63%, 미국 17%, 유럽 20%가 가져갔다.
이번 딜에 미국 투자자들이 몰린 것은 북한이 10월 이후 별다른 도발을 하지 않으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소폭 해소됐을뿐만 아니라 수출입은행의 합리적인 가격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입은행 3년물과 5년물 유통(세컨더리) 금리는 각각 88bp와 94bp 수준이다. 이번 딜에서 수출입은행이 결정한 스프레드 90bp와 100bp 기준으로 뉴이슈프리미엄(New Issue Premium·NIP)은 각각 0bp와 3bp 수준이다. 음(-)의 뉴이슈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 가격을 타이트하게 결정했던 그간 한국물 딜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자산운용사 위주인 미국 투자자들은 뉴이슈프리미엄이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새로 발행되는 채권을 사더라도 어느 정도 버퍼를 확보해야 바로 팔아도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이슈프리미엄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결정된다면 유통 물량보다 새로운 채권을 비싸게 사는 격이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는 무리하게 새로 발행되는 채권을 사는 것보다 적절한 가격이 형성된 유통 물량을 매입하는 것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수익률에 민감한 자산운용사들은 한국물의 타이트한 가격 결정에 응하지 않고 최종 주문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수출입은행은 투자자 다변화를 위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했고 결국 주요 미국 투자자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한 트랜치에 1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을 발행하더라도 배정에 부담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미국 투자자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는데 그런 편견을 이번 수출입은행 딜로 풀어냈다"며 "타이트한 가격 결정만을 미덕으로 삼는 한국물 시장에 모범 사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딜은 BNP파리바, BOA메릴린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 미쓰비시UFJ가 주관사로 활약했다. 조인트 리드 매니저(Joint Lead Manager)는 미래에셋대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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