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자본정책 결정 '안하나 못하나' 전자 주식 처분 계획부터 구체화돼야…생명·화재간 의견 조율 난항 관측
신수아 기자공개 2017-11-13 10:24:04
이 기사는 2017년 11월 10일 14: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의 자본정책 관련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차이익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매각 여부와 제반 계획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주주환원 정책도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 관계자간 의견을 조율할 컨트롤 타워가 부재해 장고를 거듭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삼성생명의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이 끝난 하루 뒤 증권가는 일제히 '배당정책의 전향적 변화 기대', '배당 성향 확대 정책의 현실화 여부가 중요', '이제 관건은 배당'이라는 유사한 톤의 보고서를 쏟아냈다. 삼성생명은 전일 배당성향 확대를 통해 주주환원 정책의 펼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던 터다. 그러나 확실한 자본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목소리는 '언제, 어떻게, 과연 이뤄질 수 있느냐'하는 기대감으로 모아졌다.
실제 지난 9일 열린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의 발표자로 나선 경영지원실장(CFO) 김대환 전무는 "의사결정이 늦어져 자본 정책과 관련한 사항을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달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무는 시장 관계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사주 정책을 기존 방향으로 끌고갈지 아직 고민 중", "현금배당 성향을 높인다는 전제아래 3·3·3 정책에도 변화가 올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검토 중", "내부적 영향뿐 아니라 외부적 변수도 고려해야하는 상황"등의 표현을 빌어썼다. 결과적으로 당장은 구체적 계획을 확답할 수 없지만 "빠른 시일내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는 요지다.
삼성생명은 줄곧 자본정책 공개에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금융당국 뿐 아니라 그룹과도 교감이 필요한데다 자본정책 변화로 이어질 내부 타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생명 자본정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빼고 논할 수 없다. 배당 수익이 워낙 큰 터라 이익단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자 지분의 매각이나 규모, 시점 등이 결정되어야 실상 큰 틀에서 자본정책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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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보통주 기준 8.23%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하며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곳이 바로 삼성생명이다.
실제 3분기 말 기준 삼성생명의 배당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5%가 확대된 8200억 원을 기록했다. 배당수익은 일회성 요인이나 매각이익 감소폭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규모다. 특히 삼성전자의 분기 배당 효과가 주효했다. 시장은 올 한 해 삼성생명에 환입될 삼성전자 배당금의 총액을 5000억 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내년이후에는 약 7000억 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알짜자산 처분을 둘러싼 논의가 지연되며 자본정책의 청사진이 완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걸음 더 들어가 보면 삼성생명은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처지기도 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지배구조의 무게를 떠나 삼성생명 이차 손실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핵심 요인이다. 특히 일찌감치 취득했던 탓에 현재 삼성전자 주식 가치에 구애받지 않고 보유할 수 있다. 보험사는 대주주 및 자회사 채권과 주식의 합계가 일반계정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다. 이때 주식은 '취득원가' 기준으로 산출된다. 삼성생명은 평균 5만원 대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했었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9일 종가 기준 281만7000원에 이른다. 매각할 경우 대규모의 일회성 이익을 기대할 순 있지만, 삼성전자 지분을 털어내고 나면 마땅히 이를 대체할 우량주 찾기 힘든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차후 상황에 따라 동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재매입해 배당이익을 보전하기도 쉽지 않다. 취득원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화재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전자 지분율(보통주 기준)은 각각 8.13%, 1.42%이었다. 삼성전자가 계획하고 있는 잔여 자사주 소각이 마무리 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보유 지분율은 최소 8.9%, 1.5%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양사 지분의 합이 10%를 넘게된다.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에 따라 10% 이상에 해당하는 지분을 매각하거나 당국의 재가를 받아야한다.
삼성그룹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면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한다. 이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어떤 구조로 매각할지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
문제는 두 회사의 득실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상황에서 이를 조율해 줄 컨드롤 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그룹은 그룹사 이슈와 계열사간 의견을 조율했던 미래전략실이 사라진 상황이다.
최근 사장단 인사 방식의 변화도 이를 뒷받침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삼성그룹은 계열사 사장단 인사 이후 개별 자회사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미전실이 사라진 이후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그룹 경영의 핵심으로 꼽히는 경영진 인사조차 구체화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보유 지분 매각 문제는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실제 김대환 삼성생명 전무는 "아직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가운데 어느 회사 중심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지, 어떤 비율로 매각에 나서야 할지, 어떤 시점일지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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