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15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로 놀라운 추진력이다. 역시 현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얘기다.현대미포조선은 최근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를 DGB금융지주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잔금 납입이 완료되면 하이투자증권, 하이자산운용, 현대선물 등 그룹 금융 계열사의 경영권은 DGB금융지주로 넘어간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금융 계열사 지배를 금지한다'는 일반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갖춘다. 이제 남은 건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 △현대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태백풍력발전·태백귀네미풍력발전 지분 △현대미포조선 소유의 현대중공업 지분 4.8% 정도다. 이 중 풍력발전 계열사, 현대중공업 지분 4.8%는 비교적 정리가 수월하다.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만 처리하면 완벽한 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에 본격 착수한 건 작년 11월이다. 불과 1년 사이에 △현대로보틱스와 계열사 간의 주식 교환 △현대미포조선의 계열사 지분 블록딜 △금융 계열사 매각 등을 단행하며 행위제한 요건을 대부분 충족했다.
지주회사 전환 시한은 2019년 4월이다. 아직 1년 6개월이 남았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볼 때 남은 규제도 단기간에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유례가 없는 속도다. 현대중공업 내부적으로 "예상치 못한 빠른 진행 때문에 당황스럽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현대스러운 행보다. 사업 방향이 결정되면 외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추진력. 이 같은 추진력은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과격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이 방식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최근의 경영 트렌드와 대척점에 있다. 그러나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산인 '불도저 DNA'는 현대중공업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빛을 발했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경영 개선 계획이 단적인 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경영 정상화를 단행했다. 자구안 이행률은 이미 90%를 넘어섰다. 결단력 있는 자구안 이행이 없었다면 7분기 연속 흑자는 불가능했다.
이쯤 되니 그간 품어온 생각이 한층 확실해진다. '불도저 경영은 지금의 현대를 있게 만든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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