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1월 27일 09: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국 유통전문지 무디리포트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2위에 롯데면세점이 올랐다. 경영 목표치에 한 걸음 다가선 터라 자화자찬 할만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스위스 듀프리를 꺾고 정상에 등극하겠다는 '비전 2020'을 발표했다.면세업계의 눈은 롯데로 쏠렸다. 지난해처럼 보도자료를 내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은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동원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
롯데면세점이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게 된 배경에는 각종 이슈가 얽혀있는 국내 사업장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현재 인천공항공사와의 출국장면세점 임대료 협상에 손발이 묶여있다. 계약 조건상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임대료 부담을 키우게 된다. 이 구조를 뒤엎겠다는 게 최근 협상의 골자다.
이달 초 면세업계는 인천공항공사와 제1여객터미널 임대료 인하 협의를 시작했다. 형식적 통보 이후 제 갈길 가려는 인천공항공사와 어떻게든 고정비 부담을 낮춰보려는 면세업계의 이해관계가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롯데면세점이 총대를 맸다.
롯데면세점은 임대료를 조정해달라는 요구를 지난 9월부터 줄기차게 이어왔다. 특약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사업자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으나 롯데면세점의 잇단 행보에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인천공항 사례에서 나타나듯 롯데면세점은 올 들어 주요 이슈에 화력을 집중해 협상력 강화를 꾀했다. 롯데면세점은 자사의 세계 2위 도약 소식을 알리기보다, 인천공항공사가 임대계약 관련 불공정거래행위를 벌였다는 주장을 소명하는 데 집중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인천공항공사를 제소한 뒤 언론을 통해 입장문을 배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면세업은 특허권을 획득해야만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사업성과 재무건전성을 종합평가받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해 진입 장벽이 높다. 수 차례에 걸친 검증 단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배짱이 두둑해진 면세사업자들은 주무부처나 시설권자에 맞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유독 면세업계에서 임대료 관련 잡음이 자주 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최근 만난 한 면세업계 임원은 "롯데와 공항공사의 임대료 협상 진척 정도를 살피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는 게 주요 업무가 됐다"고 말했다. 롯데를 선례 삼아 공항공사를 압박하려는 면세사업자가 적지 않다. 특수한 동네인 면세업계에서 롯데면세점의 '정중동' 행보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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