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2월 07일 08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1월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참석했다. 입장과 동시에 취재진에 둘러 쌓인 박 부회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차분히 응대했다. 보통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달리 질문 하나하나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행사 말미에 박 부회장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저런 문답을 하던 도중 문득 박 부회장의 향후 거취가 궁금해졌다. LG화학 대표를 언제까지 할 것인가에 대해 물었다. 다소 엉뚱할 수도 있는 질문에 박 부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임기는 1년 남았어요. 올해까지만 하고 물러나야죠. 왜요? 나 지금 그만 두게 하려고? 방금 말한 내용은 혼자만 알고 있어요."
LG화학은 최근 2018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 1명, 부사장 2명 등 총 22명의 임원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최대 관심사였던 신임 CEO 발령은 없었다.
수시 인사가 드문 LG그룹의 사풍을 감안할 때 이변이 없는 한 박 부회장은 계속해서 LG화학 대표직을 유지한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에 재선임되면 공식적으로 3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기자에게 밝힌 본인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성적표만 놓고 봤을 때 연임은 당연한 수순이다. 박 부회장 재임 기간 중 LG화학은 매년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2조 3135억 원에 달한다. 팜한농·LG생명과학 계열 편입, 전기차 배터리 인프라 구축 등의 성과도 냈다. 앞으로 '박 부회장에 필적할만한 전문 경영인이 나올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박 부회장이 본인의 업적을 모를 리 없다. 겉으로는 올해까지라고 했으나 마음 속으로는 연임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겸손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다. 추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배수지진(背水之陣)의 결의가 무심코 표출된 것일 수도 있다.
이번 연임으로 박 부회장의 책임과 역할은 한층 막중해졌다. 지난 6년간 신성장동력으로 투자한 전기차 배터리, 의약·바이오, 작물·농화학의 이익 창출은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이들 신사업의 성패는 분명 박 부회장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박 부회장이 과거에 못지 않은 성과를 내며 LG화학을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 수 있을까. 박 부회장의 집권 3기가 어떻게 펼쳐질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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