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신생사 절반이 적자…설정액 500억원도 안돼 [돈 못버는 헤지펀드 운용사] ① 손익분기점은 설정액 1000억원...50여곳 미달
최은진 기자공개 2017-12-13 14:10:27
이 기사는 2017년 12월 08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헤지펀드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춘지 2년.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금융벤처를 꿈꾸는 자산운용사 70곳이 생겼다. 그러나 이 가운데 운용자산 1000억 원 이상 모은 곳은 18곳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은 500억 원도 모으지 못했다. 이는 곧 실적으로 이어지며 신생 운용사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000억도 안되는 운용사 절반…운용자산 100억 미만도 10곳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 104곳 가운데 2015년 말 자본시장법 개정 후 신설된 운용사는 모두 70개다. 이들 운용사는 헤지펀드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자본금 요건을 6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조정한 후 생긴 곳이다.
이들 신생사에 몰린 헤지펀드 설정금액은 5조 8000억 원 규모, 전체 헤지펀드 시장에 몰린 돈이 총 12조 500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신생사로 유입된 셈이다. 언뜻보기엔 흥행에 성공한듯 보이나 운용사 개별로 따져보면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이들 신생사들은 설립 2년이 지났지만 대부분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채 고전하고 있다.
70개 신생사 중 가장 최근 설립된 아이리스운용을 제외한 69곳의 헤지펀드 운용자산은 평균 830억 원에 그쳤다. 운용업계서 사업 존속을 위한 손익 분기점(BEP)으로 보는 운용자산인 1000억 원도 모집하지 못하고 있다.
운용자산 1000억 원에 운용보수 1%를 수취하면 연 10억 원을 벌어들일 수 있다. 이 재원을 통해 인건비, 각종 수수료, 사무실 임대료, 마케팅 비용 등을 낸다. 인건비에는 전문인력 최소 3인, 컴플라이언스 및 후선업무 등의 급여와 퇴직금이 포함된다. 운용사 유지를 위해 최소 1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억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여기에 인프라 유지비, 프라임브로커(PBS) 수수료, 사무실 임대료 등까지 내면 연 10억 원은 빠듯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신생사 중 운용자산 1000억 원을 넘기는 곳은 18곳에 그쳤다. 나머지는 BEP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자산 500억 원 미만인 운용사는 42곳, 100억 원 미만인 곳도 10개나 된다.
이들 운용사는 헤지펀드 업계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영상 존폐 위기에까지 시달리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대거 생기고 있지만 기관투자자 등이 외면하면서 수요가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어 소외되는 운용사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신생사 69곳 중 34개 적자…1000억 이상 운용사 안정적 실적 지속
마케팅에 난항을 겪으며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69개 신생사 중 절반인 34곳이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적자운용사의 평균 운용자산은 467억 원, 전체 신생사 평균의 절반이다.
헤지펀드 운용자산이 20억 원에 그치는 한일퍼스트운용은 설립 후 계속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설립 초창기인 지난해 1억 1561억 원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들어 3분기까지도 3억 2000만 원 손실을 보고 있다. CTA를 주전략으로 내세우며 지난해 출사표를 던진 휴먼운용의 경우에도 지난해 1억 6000만 원 적자를 기록했고 올들어 2분기까지도 2억 8000만 원 마이너스다. 운용자산은 28억 원에 그친다.
올해 헤지펀드 사업을 시작한 국제운용도 운용자산 60억 원 모집에 그치며 5억 4000만 원 손실을 보고 있다. 유리치·쿼터백·보고펀드운용 등 시장에 이름이 알려진 곳들 역시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고전 중이다.
반면 운용자산 1000억 원 이상을 모집한 18곳 중 5곳을 제외한 13곳은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타임폴리오운용이 운용자산 1조 2000억 원으로 지난해 154억 원을 벌어들인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100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뒤이어 피데스·라임·DS·푸른파트너스운용 등도 양호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운용자산 1000억 원 이상인 곳 중 적자를 기록한 운용사는 머스트·아름드리운용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트운용은 발기인으로 참여한 스팩 합병이 계속 불발하면서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호기롭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신생 운용사들이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제대로 실적을 쌓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면서 일부 운용사들은 자연도태 되거나 M&A 대상이 되는 등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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