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 곽영필 회장 장남 대표로…2세승계 가능할까 [전환기 엔지니어링업]③60년간 세습경영 배제, 주주들 견제 여부 등 관건
이상균 기자공개 2017-12-22 07:18:00
[편집자주]
엔지니어링은 기술 기반의 설계 산업이다. 본격적인 건설 공사에 앞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기술 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산업이지만 정작 건설업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주요 수익원이었던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줄어드는 등 전환기를 맞고 있다. 더벨이 베일에 가려졌던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현주소와 향후 행보 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8일 11: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화엔지니어링(이하 도화)의 지배구조는 앞으로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곽영필 회장은 도화를 업계 1위로 성장시키면서 계열사 전반에 걸쳐 지배력을 높여나갔다. 아들에게 대표를 맡기고 친인척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등 2세 승계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과거 친족관계가 아닌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해 회사를 물려줬던 것과는 상반된 장면이다.
◇임원들에게 도화 지분 나눠줘
도화(都和)란 사명은 고을 '도'에 화할 '화'를 쓴다. 핵심 가치를 ‘사람이 먼저인 인본', ‘마음을 모으는 화합',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창의'로 설정했다. 창업자인 김해림 회장의 경영철학이 곽 회장 체제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고 인재들에게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사람을 뽑아 가르쳤다. 임원이 되면 주식을 나눠줬다. 이런 식으로 많을 때는 40여명의 임원들이 주식을 보유했다. 알짜 회사로 부족함 없는 도화가 굳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것도 이들 임원에게 금전적 보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곽 회장에게 아무런 경제적 조건 없이 회사를 물려준 것처럼 도화도 그동안 친족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다. 곽 회장은 1979년 도화를 인수한 이후 사장직책으로 직접 경영을 하다가 1990년 회장으로 물러났다.
자신의 건설부 후배인 유재소 사장에게 경영을 맡겼다. 이후 도화는 김영윤, 오세항, 정조화, 문병권, 이윤한, 박승우 사장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도화가 성장가도를 달린 것은 경영권 분쟁 없이 실력 기반의 인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평이 많다.
도화는 최근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3월 곽 회장의 아들인 곽준상씨가 도화 대표로 취임했다. 곽 대표는 그동안 채널에이 사외이사와 아리지 대표 등 외부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던 인물이다. 창업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경영권 세습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 낮아
하지만 60년간 세습경영을 배제해온 도화의 기업문화를 감안하면 곽 회장이 노골적으로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란 쉽지 않다. 곽 회장은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경영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만큼의 지분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올해 9월말 기준 곽 회장의 도화 지분율은 22.46%다. 아들 곽 대표(2.15%)를 비롯한 친인척 지분(2.78%)까지 합칠 경우 25.24%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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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도화의 지분 4.12%를 보유한 계열사 한조도 곽 회장이 지배하고 있다. 한조는 곽 회장(41.82%)과 부인 김희선씨(9.36%)가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곽 회장의 몫으로 분류할 수 있는 도화 지분율은 29.36%가 된다.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 기준인 30%에 미치지 못한다.
도화의 2대 주주는 유재소 전 회장으로 12.62%다. 유 전 회장을 비롯해 김영윤 전 회장(11.54%), 정조화 회장(6.61%), 오세항 회장(5.02%) 등 퇴직임원과 등기임원, 계열사임원이 확보한 지분은 40%가 넘는다. 오랜 기간 임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면서 도화 지분이 고르게 분포됐고 이것이 1인 지배를 막는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곽 회장이 창업공신인 이들 임원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무리하게 경영권 세습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미 곽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최대주주로서 권한만 행사하고 있다. 수십 년간 화합을 강조해온 도화의 기업문화 특성상 곽 회장과 주주들 간 다툼이 발생한 적도 없다. 1973년생인 곽 대표도 경영권 승계보다는 경영수업이 더 필요한 연령대다.
엔지니어링 업계에서는 곽 회장이 곽 대표에게 지분을 물려주되, 전문경영인 체제는 향후에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엔지니어링 업계는 대기업 그룹과 같은 오너 지배체제 구축이 쉽지 않다"며 "최대주주로서의 권한 행사는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주주들의 견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도화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2세 승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주주들의 지분 증여는 전적으로 개인 소관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답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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