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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기 된 사외이사, 견제 기능 '유명무실' [강원랜드 시스템 부재 위기]④6년간 160개 안건 중 반대의견 '3건'...감사·손해배상·투자손실 '후폭풍'

박창현 기자공개 2018-01-03 10:21:09

[편집자주]

강원랜드는 국내 최초 내국인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다. 도박 중독 등 짙은 그늘이 우려됐지만 폐광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공익을 위해 정무적 판단을 내렸다. 설립 20년 째 강원랜드는 '시스템 부재'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채용 비리는 한 단면일 뿐이다. 시장형 공기업 전환과 매출총량제 강화 등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도 쏟아지고 있다. 대전환기를 맞은 강원랜드의 현주소와 과제들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29일 11: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원랜드 사외이사들은 '예스맨'이었다. 최근 6년 간 160건의 이사회 안건을 처리하면서 단 3건에 대해서만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견제 기능을 담당해야할 사외이사들이 단순 거수기 역할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선심성 투자까지 용인해주면서 대규모 해임 철퇴를 맞기도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과거 사외이사들과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본연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전문가들로 이사진을 꾸리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2012년 2월부터 올 12월까지 6년 간 총 160건의 안건을 이사회에서 처리했다. 이 가운데 148건은 가결됐고, 12건은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외이사들의 '찬반' 의사결정 통계다. 사외이사들은 160건의 안건 가운데 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똑같은 의견을 냈다. 의결된 148건 가운데 145건이 만장일치 찬성 통과였다. 반대 의견이 나온 안건은 단 3건에 불과했다. 심지어 보류 결정까지도 사외이사들의 만장일치가 이뤄졌다.

강원랜드

반대 의견은 2012년 7월에 열린 111차 이사회 때 나왔다. 당시 △폐광대체산업 투자법인 ㈜대천리조트 출자안과 △폐광지역 협력사업비 기부안(오투리조트 무상지원) △폐광대체산업 투자법인 ㈜동강시스타 출자안 등 총 3개의 안건이 올라왔다.

먼저 ㈜대천리조트 출자안과 ㈜동강시스타 출자안에 대해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폐광지역 협력사업비 기부안은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이후에는 강원랜드 이사회에서 단 한번도 사외이사 반대표가 나오지 않았다.

만장일치 의견이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경영 사안이라면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원랜드가 그간 이사회에서 결정한 안건 중에는 이해관계가 복잡해 깊은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사안들이 적지 않았다.

신사업 투자건이 대표적이다.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면서 중복투자 논란에도 불구하고 각종 대형 투자건들이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결국 투자 실패에 따른 피해는 주주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

이사회가 투자를 승인한 ㈜동강시스타와 ㈜대천리조트, 하이원 상동 테마파크, 하이원추추파크등은 누적된 적자로 현재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강원랜드가 2012년 이후 이사회 허락을 받아 신사업 법인에 출자한 자금은 1231억 원에 달한다. 대대적인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투자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현재까지 총 1476억 원이 손실 처리된 상태다. 투자금을 모두 날린 셈이다.

비록 소수의견이었지만 신규 투자건에 대해 제동을 걸었던 사외이사 '반대' 의견이 유독 빛나 보이는 이유다. 실제 반대표를 받았던 투자건들도 모두 실패로 판명이 났다. 당시 강원랜드는 이사회 의결 후 ㈜동강시스타와 ㈜대천리조트에 똑같이 101억 원 씩을 새롭게 투입했다. 자금 수혈에도 양 사 모두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면서 투자금이 모두 손실 처리됐다. 이 때 기부금 형태로 150억 원을 지원받았던 오투리조트도 경영난을 겪다가 결국 민간기업에 팔렸다.

강원랜드는 과거 획일적인 사외이사 운영 탓에 철퇴를 맞기도 했다. 감사원은 2014년 강원랜드 감사를 실시해 오투리조트 무상지원과 관련해 찬성표를 던진 이사들을 해임하라고 통보했다. 오투리조트의 극심한 경영난을 알고도 자금 지원을 찬성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었다. 또 해당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라고 요구했다.

감사 결과를 수용해 강원랜드는 해당 사건에 연루된 이사들을 전원 해임하고 소송 절차도 밟고 있다. 먼저1심과 2심에서는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재판부는 관련 이사들에게 3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마지막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들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강원랜드가 이사진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아래 세워진 기업이다. 설립 취지에 따라 지역 사회 인사들이 대거 이사진에 포함돼 있다. 현재도 영월군 부군수와 삼척시 부시장, 지역시민단체장이 사외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전문가 집단을 대거 포진시켜 지역 발전과 함께 상장기업으로서의 가치 제고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외이사들이 견제 기능을 성실히 수행할 때 기업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강원랜드의 경우, 사외이사들을 기업 특성에 맞는 경력을 보유한 인사들로 다변화하는 등의 견제 기능 강화 개선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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