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ENG 후계자' 이정훈, 우리기술투자 입김 커지나 정만회 대표 주식처분 거취 유동적, 후임에 전권 부여할 수도
강철 기자/ 류 석 기자공개 2018-01-18 07:35:58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7일 09: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만회 우리기술투자 대표(사장)가 장기간 보유해온 회사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업계에선 정 사장의 지분 매각이 20년 넘게 몸담은 우리기술투자를 떠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정 사장이 물러날 경우 이정훈 부사장을 중심으로 경영진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완근 신성이엔지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 부사장은 2013년 부친을 대신해 우리기술투자 대표에 올랐다. 신성장동력 발굴을 총괄하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정 대표 매각 차익만 80억…우리기술투자 떠날 가능성 높아
정만회 사장은 최근 우리기술투자 주식 100만 주(지분율 1.19%)를 모두 장내에서 처분했다. 매각으로 약 85억 원을 확보했다. 이는 정 사장이 우리기술투자 주식을 매입한 금액 대비 약 20배 수준이다. 차익만 약 80억 원에 달한다. 수년간 500~600원에 머물던 우리기술투자 주가가 최근 1만 원까지 급등한 결과다.
정 사장이 우리기술투자 주식을 처음 매입한 것은 2000년이다. 당시 우리기술투자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만 6326주를 확보했다. 보유 주식수는 이후 액면분할, 유상·무상증자, 장내 매수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100만 주로 늘어났다. 그동안 처분은 전혀 없었다. 20년 가까이 보유한 주식을 한 번에 정리하며 대규모 차익을 얻었다.
우리기술투자는 정 사장이 지분 매각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대표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의 거취와 관련해 우리기술투자 내부에서 특별하게 도는 얘기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에선 정 사장이 머지않아 우리기술투자를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치가 20배가량 올랐지만 대표이사 유지에 뜻이 있었을 경우 주식 매각을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20년 가까이 들고 있던 주식을 모두 정리한 것 자체가 퇴사 의지의 표명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용보증기금, 신보창업투자 출신인 정 사장은 1997년 1월 우리기술투자에 합류했다. 2005년 1월 이완근 회장과 함께 대표에 올랐다. 이후 13년 동안 경영 일선에 있으며 각종 투자 업무를 총괄했다. 뉴로테크, ISC테크놀로지, 세미시스코, 테스나, 파티클로지, 마이크로프랜드, 하이셈, 레이언스 등은 정 사장이 발굴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김주헌 신성이엔지 부회장, 안윤수 신성이엔지 사장 등과 함께 이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실제로 퇴사한다면 20년동안 몸담은 직장을 떠나는 셈이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우리기술투자 주가가 급등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각 시기를 진지하게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 매각, 향후 거취 등과 관련해서 사전에 이 회장과 얘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후계자 이정훈 부사장, 영향력 확대
우리기술투자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 사장이 오너와 함께 경영을 이끄는 구조다. 정 사장은 2013년까지 이 회장과 각자 대표를 맡았다. 이 회장은 2013년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을 대신해 이정훈 부사장이 대표에 올랐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 부사장은 신성이엔지그룹의 후계자다. 32세이던 2008년 신성이엔지의 전신인 신성솔라에너지에 이사로 입사했다. 전략 수립, 태양전지 해외 영업, 시스템 영업 총괄, 경영관리, 재무 등 다양한 파트를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우리기술투자 대표에 오른 2013년부터는 초기 기업 발굴, 신성장동력 인프라 구축 등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재벌가의 젊은 오너들이 후계자 수업의 일환으로 투자 자문사, 벤처캐피탈, 사모투자펀드를 운영하는 것과 유사한 경영 행보다. 정 사장은 펀딩, 투자, 회수 등 업무 전반에 관해 상당한 노하우를 이 부사장에게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년 사이 우리기술투자의 그룹 내 영향력은 한층 커졌다. 신성이엔지그룹은 2016년 △신성이엔지·신성솔라에너지·신성에프에이 합병 △신성이엔지 채권단 자율협약 졸업을 비롯해 대대적인 경영 개선을 단행했다. 그 결과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태양광, 클린룸, 자동화 설비, 신기술금융으로 재편됐다. 우리기술투자는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신사업 발굴'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상화폐 열풍은 우리기술투자의 위상을 더욱 높아지게 만들었다. 우리기술투자는 2015년 2월 핀테크(Fintech) 스타트업인 두나무에 10억 원을 투자했다. 두나무는 지난해 9월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upbit)를 론칭했다. 업비트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 110개가 넘는 화폐를 취급하고 있다. 우리기술투자가 가상화폐 신드롬에 맞춰 추가로 관련 기업 투자에 나설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이 부사장의 향후 역할과 책임은 더욱 막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실제로 물러날 경우 우리기술투자의 경영진은 이 부사장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아들의 후계자 수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이 회장이 우리기술투자 경영에 관해 이 부사장에게 전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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