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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우산, 시너지 극대화 vs 온실속 화초 [지배구조 분석] ④삼성생명 자산·인력 이동...운용경쟁력은 의문부호

이승우 기자/ 서정은 기자공개 2018-02-13 16: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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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6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삼성자산운용의 인력과 자산은 증가했다. 지난 2015년 1월말 112조7000억원이었던 운용자산은 작년말 130조5000억원으로 15% 가량 늘었다.

자산 이전은 인력 이동으로 연결됐다. 자회사 편입 이후 삼성생명은 대략 40여명에 달하는 인력을 삼성자산운용으로 보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생명 후광 효과가 더 크고 밝아진 셈이다.

하지만 삼성자산운용 자체의 운용 경쟁력이 커졌는지는 의문이다. 삼성생명에서 이동한 자금과 인력이 운용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됐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따라다닌다.

◇시너지 효과 극대화, 달라진 외부 시선

지난 2014년 삼성생명은 왜 삼성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시켰을까. 그룹 차원에서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키려는 의도와 더불어 보험회사와 운용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주였던 것으로 보인다. 20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생명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자산운용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둘러싼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어 그 무엇보다 안정성이 중요하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뉴욕라이프생명이나 알리안츠생명등 해외 메이저 보험회사의 경우 보험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자산운용사를 100% 자회사로 두는 경우가 많아 이를 벤치마크한 것으로 안다"며 "삼성생명 장기 자산 운용의 효율성과 안정성 차원에서 삼성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삼성자산운용은 운용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운용 스타일과 성과체계가 다른 부서를 아예 별도 회사로 분사하면서 효율적으로 자금운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삼성생명의 뉴욕법인과 런던법인을 인수해 글로벌 운용 능력 향상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자회사 편입이후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 양사간 시너지는 당연한 귀결이다. 당장 삼성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이 커진 것만으로도 외부의 평가는 향상됐다. 특히 연기금풀 운용 사업에서의 위치는 더욱 독보적으로 굳혀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펀드 상품을 삼성생명 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도 있다. 삼성생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설정도 삼성자산운용을 통하면 수월해질 수 있다.

정부가 연기금풀 주간사를 선정할때, 정량평가 항목의 자산 규모와 인적자원은 중요한 잣대가 된다. 100점 만점중 운용자산 항목은 3.75점, 인적자원은 6.25점으로 삼성생명의 자산과 인력 이동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이라는 브랜드 영향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계열사와 더불어 모회사 삼성생명이라는 우산 속에서 여러모로 혜택을 받는 곳"이라고 말했다.

◇의심받는 운용 능력...삼성생명 후광

다른 시각도 있다. 삼성생명의 후광효과를 배제한 삼성자산운용 자체의 운용 경쟁력에 대해 업계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자산운용사의 핵심이자 대표인 공모 주식형 펀드의 경우 운용 경쟁력이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로 인해 지난 2016년에는 삼성생명마저 변액보험 자금, 즉 특별계정 자금이 일부 회수되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해에 삼성그룹주펀드가 회생을 하면서 주식형펀드가 부활했으나 그 이전 삼성자산운용의 펀드는 액티브보다는 패시브 위주로 재편되고 있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한 패시브 운용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업계 최강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확대를 위해 홍콩과 일본시장에 상장한 ETF는 고배를 마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 본사는 연기금투자풀이나 생명자금, 그리고 ETF 등 패시브 운용만 하겠다는 계획인 것 같다"며 "성과가 그렇게 좋은 게 아닌 액티브나 헤지펀드 등은 다 분사해서 떼버린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은 액티브 스타일의 운용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액티브 자산 운용에 대한 돌파구로 삼성자산운용은 해외 유수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2015년에는 미국 캐피탈그룹과 인도 릴라이언스캐피탈, 중국건신기금, 2016년에는 에드몬드 드 로스차일드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특히 캐피털그룹과의 제휴를 통해 나온 타깃데이터펀드(TDF)가 삼성자산운용 연금 상품의 대표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 금융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삼성자산운용 스스로는 액티브자산 운용을 최대한 줄이고 해외 운용사의 펀드로 대체해 나가는 추세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액티브 펀드를 포기하고 해외 재간접 펀드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헤지펀드나 액티브 펀드는 별도의 회사로 떼어 놓고 난 이후 삼성자산운용은 해외 금융회사의 펀드를 가져와 재판매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은 자체 운용 경쟁력 보다는 해외 금융회사의 경쟁력에 기대면서 삼성생명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로 체질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자금과 인력으로 연기금풀 주간사 선정을 비롯해 외부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게되는 것에 대해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외재간접 펀드 도입에 대해서는 국내 투자자에게 글로벌 최우량 펀드를 아웃소싱해서 소개하는 것도 운용사의 중요한 책무"라며 "아세안펀드를 위시해 중국관련 펀드들은 국내 연기금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까지 가입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콩법인의 아시아권 펀드 운용능력을 더욱 확충해나가는 동시에 글로벌 운용사로부터 벤치마킹을 통해 글로벌펀드 운용실력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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