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 넓은 삼성운용 이사진 [지배구조분석] ②서울대 인맥 뚜렷..삼성생명 우산속 사외이사수 감소
이효범 기자/ 서정은 기자공개 2018-02-08 10:38:31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2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사회 구성을 업계 출신이 아닌 법조계와 학계, 유관기관 등 다방면의 유력 인사들로 꾸려 놓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유력 인사들을 포섭, 대외협상력을 제고해 회사 경영에 유리한 결정들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사외이사 대부분이 정부기관이나 학계 출신이라는 점은 눈에 띄는 특징이다. 특히 서울대학교 출신이 많았으며 상당수는 금융업과 거리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경쟁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금융업계 출신 위주로 사외이사들을 영입한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법조계 1명·교수 4명·관료 5명…5인 체제 이사회
더벨이 삼성자산운용의 사외이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9년 6월말~2017년 9월말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한 인물은 총 10명이었다. 각자 다양한 경력을 지니고 있으나 가장 오래 몸담았던 분야의 경력을 기준으로 분류해보면 법조계 1명, 학계 4명, 관료 5명 등이었다.
대학교수로는 이진순 숭실대 경제통상대학 교수 (활동기간 2009년 2분기~2012년 1분기), 장진호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2009년 2분기~2013년 1분기), 황윤원 중앙대 사회과학대 교수(2013년 2분기~2017년 3분기), 김호중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2017년 1분기~2017년 3분기) 등이다.
이중 장 교수는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그는 서울대 경영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 대학에서 회계학 석사와 하버드 대학 경영학 박사 학위를 땄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두터운 친분을 가진 인물로 소개돼 왔는데, 이 부회장과는 하버드 대학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손인옥 법무법인 화우 상임고문(2012년 2분기~2016년 4분기), 윤영선 전 관세청장(2013년 2분기~2016년 3분기), 정용선 코람코자산신탁 대표(2010년 2분기~2013년 1분기), 신호주 세계경제연구원 상임자문위원(2009년 2분기~2013년 1분기)이 꼽힌다. 정 대표는 금감원 증권시장담당 부원장을, 신 위원은 재무부, 재정경제원 등을 거쳐 한국증권업협회 상근 부회장, 한국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을 역임했다.
손 고문은 23회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지난 2009년 9월에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른 뒤 이후 법무법인 화우로 자리를 옮겼다. 손 고문은 2016년 4분기에 삼성자산운용의 사외이사 임기를 마치고 나서 현대차투자증권(당시 HMC투자증권)의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로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러브콜이 잇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법조인 출신으로는 안영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있다. 그는 2014년 1분기부터 현재까지 삼성자산운용의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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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학맥 뚜렷, 이사회 인원수 점진적 축소
삼성자산운용 사외이사들의 또 다른 특징은 10명의 사외이사 중 7명이 서울대 인맥으로 엮여 있다는 점이다. 다만 서울대 출신이지만 전공은 다르다.
안영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법학과, 이진순 숭실대 경제통상대학 교수는 무역학과 출신이다. 장진호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와 양천식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각각 사회학과, 사회복지학과 출신이다. 손인옥 법무법인 화우 고문, 김호중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영학과 출신이며, 신호주 세계경제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다.
나머지 세명인 황윤원 중앙대 사회과학대 교수, 윤영선 전 관세청장, 정용선 코람코자산신탁 대표 등은 각각 중앙대, 성균관대, 고려대를 졸업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이사회 인원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09년 6월말 기준 이사회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다 2010년부터 정용선 사외이사가 합류하면서 7인 체제로 확대됐다. 7인 체제는 수년간 이어지다가 2016년 하반기 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각각 1명씩 줄이면서 작년 9월 말 기준 이사회는 5인 체제로 재편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100% 자회사 편입이 이사회 변화의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2014년 7월 삼성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삼성증권에서 삼성생명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삼성 계열사들이 나눠가지고 있던 삼성자산운용의 지분을 모두 삼성생명이 되사들이면서다. 그동안 삼성 계열사 사외이사들은 주로 대관업무나 정부 기관들의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됐었다. 최대주주가 삼성생명으로 바뀐 뒤 대관업무 등에 대한 자체 비중을 낮추고 삼성생명에 대한 의존도를 다소 높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 출신 찾기 힘든 사외이사진
삼성자산운용의 2017년 9월말 기준 이사회는 구성훈 대표이사, 조규호 사내이사 겸 상근감사위원장를 비롯해 3명의 사외이사인 안영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황윤원 중앙대 사회과학대 교수, 김호중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금융업종과 경력이 동떨어진 인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안 변호사와 황 교수다. 안 변호사는 1977년 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역임한 이후 법무연수원 원장을 맡았다가 공직을 떠나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 교수 또한 행정학 전문가라는 점에서 금융업과 관련성이 떨어진다. 1980년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1987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내에서도 한국행정학회 회장. 한국행정연구원 원장,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비서관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호중 건국대 교수는 그나마 금융업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조지아주립대 대학원 회계학 석사와 경영학 박사를 마쳤다. 1983년부터 1986년 9월까지 한국은행에 근무하다가 다시 미국 배리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로 이동했다. 1995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햇다. 그 역시 금융업과 관련이 있어보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회계 전문가에 가깝다는 평이다.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 위원과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등을 맡기도 했다.
앞서 사외이사를 맡았던 인사들의 금융업 경력도 많지 않았다. 2013년 2분기~2013년 3분기에 사외이사를 맡았던 양천식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금융업과 그나마 인연이 있다. 그는 16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무부, 금융감독위원회, 대통령비서실 등을 거쳤다. 2004년 9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에 올랐고, 2006년 9월부터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양 이사가 삼성자산운용 사외이사로 머문 기간은 2013년 2분기~2013년 3분기까지로 가장 짧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종회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투운용의 사외이사들은 그래도 금융과 관련된 인물이 있는 편"이라며 "삼성운용의 경우 업계보다는 사회 각층의 유력인사들로 구성해 대외 협상력을 높이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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