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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원 한라 회장의 승부수 '전환우선주' [지배구조 분석]①한라건설 지원용 우선주로 경영권 방어…순환출자 고리 만들어져

김현동 기자공개 2018-02-12 06:00:00

[편집자주]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기업과 오너십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서 있는 오너들도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배구조 재편의 풍파와 무게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왕관을 쓸 수 있었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오너십의 형성 스토리와 핵심 변곡점들을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7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경영권은 2012년까지 안정적이었다. 2008년 만도 인수 이후 그룹의 외형도 커졌다. 그런데 2012년 시작된 건설경기 부진은 정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했다.

한라건설(현 ㈜한라)은 유동성 고갈로 부도위험에 직면했다. 한라건설은 만도의 최대주주였다. 한라건설의 경영권을 잃을 경우 그룹 전체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한라그룹은 2012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계열사를 통한 자금지원이 불가능했다(아래 '한라그룹 2012년 지분도' 참고).

한라그룹 지분도_20120930
* 자료 = 한라홀딩스 사업보고서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꺼내든 카드가 전환우선주였다. 전환우선주는 자금지원이 가능하면서 의결권은 침범하지 않는 종류주식으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당시 한라건설 유상증자 대금(3435억원)의 대부분이 전환우선주(3164억원)로 충당됐다. 정 회장이 보통주 80만3860주를 인수하고, 우선주는 만도의 자회사인 마이스터가 100% 인수해 출자제한을 피했다. 발행가격도 보통주는 6220원인데 비해 우선주 발행가액은 3만1100원으로 5배 차이가 났다.

한라건설 유상증자
* 자료 = 한라 증권신고서

마이스터는 자동차부품 유통업체로 사실상 만도가 한라건설 구원투수 역할을 한 셈이다. 정 회장 입장에서 정몽원→한라건설→만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았다. 더구나 전환우선주는 발행후 5년이 지나서야 보통주로 전환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도 문제가 없었다.

다만 마이스터가 한라건설 보통주 일부(355만6610주)를 인수하면서 '정몽원→한라건설→만도'에서 '정몽원→한라건설→만도→마이스터→한라건설'로 이어지는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아래 '한라그룹 2013년 지분도' 참고).

지분도_20130930
* 자료 = 한라홀딩스 사업보고서

1997년 외환위기로 그룹 해체를 겪었던 정 회장이 한라건설의 위기를 전환우선주라는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 방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는 정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도구도 됐다.

5년의 시간을 번 정 회장은 이후 출자구조 단순화를 위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만도의 인적분할 후 한라홀딩스가 출범했고, 지주회사 출범 다음해 한라홀딩스는 전환우선주를 품고 있던 마이스터를 흡수합병했다.

전환우선주는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이라는 걸림돌을 풀 수 있는 열쇠이기도 했다. 지주회사 전환 후 한라홀딩스의 ㈜한라에 대한 보통주 지분율은 20%에 미치지 못하지만, 자회사 지분 요건이 총발행주식 수 기준이라서 한라그룹의 경우 이를 회피할 수 있었다. 한라홀딩스는 지난해 9월말 기준 ㈜한라 보통주 616만1208주(지분율 16.88%)와 우선주 1017만4420주(지분율 100.00%)를 보유하고 있다. 총발행주식수 기준 한라홀딩스의 ㈜한라 지분율은 35.00%에 이른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제한하고 있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40% 이상, 상장회사는 20% 이상 소유해야 한다(공정거래법 제8조의2제2항제2호 참고). 발행주식총수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뿐만 아니라 의결권 없는 주식까지 포함된다.

한라홀딩스는 지난 2014년 9월 지주회사 전환 당시만 해도 ㈜한라 지분이 전무했다. 2015년 7월 한라마이스터를 흡수합병하면서 ㈜한라 지분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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