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Money-Flix]돈꽃에 둘러싸인 이들의 심연엔 뭐가 있나세계 최초의 빌리어네어였던 게티 일가를 다룬 영화 <올 더 머니>
이철민 VIG파트너스 부대표공개 2018-02-14 17:46:35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14일 1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C 드라마 <돈꽃>은 재벌가의 상속을 둘러싼 암투라는 식상한 설정 때문에 처음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회장(이순재 분)과 맏며느리(이미숙 분) 그리고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임원(장혁 분)의 불꽃 튀는 연기와 빠른 전개로, '드라마 왕국 MBC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이 드라마의 주무대인 청아그룹을 일으킨 회장 장국환은, 자신의 핏줄을 완벽히 이어받은 손자에게 그룹을 물려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인물로 나온다. "퓨어하고 퍼펙트한 우리끼리 청아를 지켜야지"라고 말하며, 30년 이상 친손자로 알고 있었으나 아닌 것으로 밝혀진 장부천(장승조 분)을 살해하란 지시를 내릴 정도다.
자신이 일군 기업을 자신의 핏줄에게 물려주기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창업자라는 설정은, 재벌가들의 가족사를 목격해 온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겐 그리 황당하게 보이지 않았던 듯 하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한창 절정으로 치닫던 이달 초, 오히려 드라마와는 정반대 상황을 다룬 영화 한 편이 개봉됐지만, 이목을 끌지 못하고 간판을 내린 일이 있었다.
|
LA 근교의 관광지로 유명한 게티 뮤지엄과 게티 빌라를 세운 게티 가문의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올 더 머니>(리들리 스콧 감독)가 바로 그 작품이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주인공인 진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 분)는 20세기 초반부터 석유 사업을 시작해, 1970년대엔 세계 최초의 빌리어네어(자산 10억 달러)가 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영화는 16살짜리 손자 존을 로마에서 납치한 범인들이 170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하였으나, 게티가 이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미국 이외의 나라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충격적인 사건의 핵심은, "세상의 돈을 다 가졌다"던 거부가 자신의 피붙이에게 보여준 냉정함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다.
감독은 거장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영화 내내 ‘도대체 갑부인 게티에겐 돈이란 무엇이었으며, 가족이란 무엇이었을까'를 집요하게 묻는다. 지루한 협상을 통해 몸값을 340만 달러로 내리고 난 뒤에야 한 쪽 귀가 잘린 손자가 구출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영화적 긴장감을 높이려는 장치를 절대 개입시키지 않은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영화가 다룬 그 사건 이후의 상황이다. 5개월만에 풀려난 손자 존은 납치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마약에 빠져 20대에 시력을 잃고 몸은 반신불수가 되었다가 지난 2011년, 54세의 나이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그 사이 게티 오일을 포함한 200여개 회사들은 뿔뿔이 팔려나가 이제 게티 가문과는 무관한 상태가 되었다.
물론 5명의 아내들로부터 낳은 5명의 아들(그 중 둘은 일찍 사망) 그리고 그들이 남긴 15명의 손주들과 그들의 자녀들 중 일부는, 게티가 축적한 자산의 매각 대금을 가지고 지금도 풍요롭게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 일부가 존과 같은 불행한 삶을 살았으며, 게티 자신도 결코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던 것처럼, 영화 중간에 게티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사람이 부자가 되면, 자유가 주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면 눈 앞에 심연이 펼쳐지기 때문이야. 난 이미 그 심연을 봤지. 그 심연에선 사람들이, 결혼 생활이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들이 망가져."
매일매일 원화를 채굴하기 위해 직장에 나가고 주식 시세와 암호화폐 시세도 기웃거리고 소심하게 복권도 사보는 우리가, 연휴를 맞아 가족 안에서의 작은 행복을 찾는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는 듯 하다.
<올 더 머니>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w6a5QThwIXo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