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사, 1년 후 100곳 이상 퇴출 위기 [상조업계 지각변동①]자본금 3억→15억 증액 시한 도래…162개 중 20개사만 충족
안영훈 기자공개 2018-03-08 09:20:16
[편집자주]
장의산업과 할부금융이 결합된 상조산업이 정식 산업으로 인정받은 지 10여년이 지났다.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한 국내 상조산업은 성장 만큼 그늘도 많았다. 소자본 상조회사들의 난립으로 생긴 가입자 피해는 사회적 문제가 됐다. 2019년 상조회사 자본금 규제 강화로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황에서 국내 상조산업의 성장과 한계, 현 주소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8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잔류할 것인가, 퇴출 당할 것인가', 상조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생사를 결정짓는 것은 자본금 증액 여부로, 총162개 상조회사 중 '잔류'가 확정된 곳은 현재 단 20개 업체 뿐이다.상조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익성 악화로 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큰 구조조정이 시행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절반 이상이 퇴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는 50여개 회사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소자본 상조회사 난립, 칼 빼든 공정위
일본에서 시작된 상조업은 1982년 부산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상조업은 2007년 정부로부터 정식 산업군으로 인정받았다.
2010년 정부는 상조회사를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상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분류했다. 2016년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 전까지 상조회사는 법정 자본금 3억 원 이상 기준만 충족시키면 별도의 자격심사 없이 지방자체단체 등록 후 영업이 가능했다.
낮은 진입장벽에 수익성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2010년 상조회사로 등록한 업체는 337개사에 달했다. 이후 시장 정체와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015년에는 228개사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속출했고,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자본 상조회사 난립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상조회사 등록 기준(법적 자본금 3억 원→15억 원)을 강화했다. 이후 지금까지 신규 등록은 단 한건도 없었다. 대신 수익성 악화로 인한 부도·폐업으로 지난달 기준 국내 상조회사는 162개사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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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할부거래법 개정안에는 기존 등록 상조회사에 대한 자본금 증액도 요구했다. 3년의 유예기간 부여로 기존 상조회사는 오는 2019년 1월 25일까지 법적 자본금 15억 원 이상 기준을 충족 후 재 등록해야만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162개 상조회사 중 법적 자본금이 15억 원을 밑도는 곳은 전체의 88%인 140개사에 이른다. 이중 '자본금 3억 원'은 100개사에 달한다.
1년 정도 기간동안 12억 원 이상 자본금을 충원하지 못하면 100개에 달하는 상조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셈인데, 자본증액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2016년 자본금 증액 발표 이후 자본금 15억 원 기준을 충족한 업체는 지금까지 단 4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형사, 자생 불가능 수익구조
상조업 비즈니스의 수익원은 일명 '행사 마진'과 '투자 수익'으로 구성된다.
상조회사는 장례 행사에 드는 비용을 사전에 고객으로부터 분할 납입 받는다. 그 대가로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장례 비용 미래 상승 부담을 줄여준다. 미래 물가상승률을 회사측이 부담하는 대신 미리 자금을 납입받는 구조에서, 사실상 장례 행사로 얻는 마진은 적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경쟁적인 고객 유치 판촉비 등이 더해지면 행사 마진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한다.
행사 마진 적자를 메꾸고 주된 수익원이 되는 것은 투자 수익이다. 고객에게 미리 납입받는 자금을 운용해 얻는 수익이 상조업 비즈니스의 주 수익원이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와 규모의 경제 미실현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상조회사들의 운용수익은 하락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상조회사들이 대체투자 등으로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업계 상위 수익률도 5%를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3월 국내 상조회사 가입 고객수는 500만 명을 돌파했지만 전체 가입자의 83.6%(420만 명)가 24개 업체에 몰려 있다. 결국 164개사 중 140개사가 가입자 16.4%(82만 명)가 납입한 자금을 운영해 수익을 내야 한다.
투자수익률이 높아도 운용자산 절대 규모가 적다 보니 소형 상조회사들은 운영수익을 충당하기도 벅차다. 결국 규모의 경제를 이룰 때까지 버틸 자금이 없는 소형사는 스스로 자생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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