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08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의 DS파워(오산열병합발전소 운영) 인수 거래는 지난해 본계약이 체결된 이래 오랜 기간 대금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시장의 궁금증을 자아냈었다.직전에 경영권을 취득한 폐기물 처리업체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EMK)와의 시너지가 예상됐던 터라 PE업계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EMK M&A는 거래 규모가 4000억원에 이르러 IMM인베스트먼트의 업계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랜드마크 거래다. 국내 최대 PE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도 한 때 EMK에 눈독을 들였었다. IMM으로선 EMK 인수 이후 후속 거래 성사에 사력을 다했을 게 뻔하다.
공교롭게도 DS파워 M&A는 IMM이 EMK를 인수한 이력에 발목이 잡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벽을 넘지 못했다. 공정위는 이미 EMK를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보유한 IMM이 DS파워를 추가로 사들일 경우 일부 지역에서 독과점이 초래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IMM이 택한 것은 바이아웃에서 소수지분 투자로의 전략 선회였다. 기존에 계획한 대로 DS파워 지분 100%를 2100억원에 인수하는 대신, 일부 주주 소유주식 19.97%만 380억원가량에 매입하는 구조로 방향을 틀었다. 지분율이 20%가 안돼야 공정위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차선책이었다.
거래 대상이 예상보다 다소 줄었지만 IMM이 이번 투자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같다. EMK가 산업용 폐기물을 소각처리할 때 발생하는 폐열을 DS파워의 시설을 활용해 전력생산으로 연결시킨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IMM이 DS파워 투자에 성공하더라도 3대주주 지위에 머무른다는 점이다. 경영권자가 아닌 이상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DS파워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한국엔 폐기물 업종을 대표할 만한 기업이 없다." IMM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반도체 시장의 삼성전자처럼 '폐기물 처리' 하면 기억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EMK는 전주인인 JP모간에셋매니지먼트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폐기물 소각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2010년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현재 △비노텍(경기 안산) △이엠케이승경(전북 익산) △한국환경개발(경기 안산) △다나에너지솔루션(충북 청원) △신대한정유산업(경기 화성) △그린에너지(경기 화성) 등을 확보한 상태다.
그렇다 해도 시장 전체를 포괄할 정도의 경쟁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게 IMM의 판단이다. EMK의 주요 처리 대상은 액상 폐기물인데, 추후 유관된 매립장를 인수해 음식물 등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폐기물 처리 능력을 확장하는 게 다가 아니다. 흔히 폐기물 하면 지저분하게 보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고자 깔끔한 처리 방식과 디자인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아울러 폭발 위험이 있어 직원들 안전에 유해하다고 인지되는 소각업체를 안전한 회사로 탈바꿈하는 과제도 수립, 추진 중이다.
나아가 해외 진출도 도모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선 해양생물을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 등 폐기물 처리 문제가 메이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EMK를 환경오염 방지에도 적극적인 회사로 인식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IMM 운용 전략의 종착지다.
투자의 관점이 '단기 가치제고→비싸게 팔고 나간다'에 매몰되지 않고, 포트폴리오 기업을 시장 선진화에 일조하는 회사, 경쟁자의 벤치마크 대상으로 키우고자 한다는 점에서 IMM의 시도가 참신하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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