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의 진' 호텔신라, 인천공항 계륵되나 [면세점 엑소더스⑤]화장품·담배 '알짜 품목' 판매대 서편에 몰려…국적기 이동 예측가능했다는 주장도
노아름 기자공개 2018-03-13 08:09:29
[편집자주]
국내외 여행객의 관문으로 통하는 인천국제공항은 그동안 면세업계의 노다지 사업장으로 꼽혀왔다. 대다수 사업자가 출국장면세점 경쟁입찰에 뛰어들며 성장성에 베팅했다. 하지만 공사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며 수차례 임대계약 변경을 거치는 동안 면세업계의 수익성 및 유동성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업권 반납 등 도미노 폐점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함께 성장해온 면세산업의 명암과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책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08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신라는 아시아 3대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DFS, 듀프리 등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면세사업자로 꼽힌다.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기 앞서 호텔신라는 싱가포르, 마카오 등지에서 화장품·향수를 비롯해 패션·액세서리 매장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공항면세점 고객들의 동선, 이동 속도, 매장별 체류 시간 등의 노하우를 자연스레 축적했다.공항면세점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호텔신라 조차도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임대료 논란에 대해선 쓴웃음을 짓는 모습이다. 화장품·향수(DF2)와 주류·담배(DF4) 등 알짜 품목 판매대가 서편 사업장에 몰려있는데 이곳 상권은 임대료 인하율 조정에 따라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곳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임대료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T1 철수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공항공사는 임대사업자에 차등 감면안을 제시했다. 서편 인하율이 43.6%로 가장 높았고 중앙(37%), 동편(30.1%), 탑승동(16.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편에는 신라가 두 곳(DF2·DF4)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신세계 역시 DF7 구역에서 패션·잡화 등을 판매해왔다. 이외에도 중견사 시티면세점이 DF10구역에서 전 품목의 면세품을 고객에 선보여왔다.
지난달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27.9% 일괄 인하안을 통보하며 서편 사업자의 반발이 가장 거셌다. 동편 인근에 위치하던 대한항공이 제2여객터미널(T2)로 옮겨가며 빈 자리를 서편에 위치하던 아시아나항공이 메우게됐기 때문이다. 아니아나항공이 자리하던 곳에는 외항사 및 중국항공사 등이 옮겨오게된다.
업계관계자는 "항공사가 T1에서 자리를 이동하지 않으면 인천공항공사의 고객수 증감안도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3기 사업자 입찰 당시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의 T1 탑승구 이동이 전제되지 않아 이는 원인계약 무효소송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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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사업자에 공항면세점이 포기하기 어려운 사업장으로 꼽히는 이유는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노출하고 회사를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 덕택이다. 특히 도쿄, 푸켓 등 해외 시내면세점으로 사업영토를 넓혀가고있는 호텔신라 입장에서도 세계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공항면세점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호텔신라는 공항면세점을 중심으로 해외 면세점을 운영해오기도 했다. 해외 5곳의 면세사업장 중 60%에 해당하는 3곳이 공항면세점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 들어서며 아시아 3대 국제공항(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을 모두 아우르게 됐다.
화장품·향수 품목에 특화된 호텔신라로서는 인천공항 T1의 세 구역(DF2·DF4·DF6)은 계륵과도 같다. 서편에 위치한 DF2 구역에선 화장품·향수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도 호텔신라가 높은 고정비 부담에도 사업철수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의 매출 품목 순위에서 화장품·향수 품목은 38%(7억7400만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면세사업자의 주장과는 달리 T2 개항 변수가 있었던 인천공항 T1 임대료 감액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이에 더해 대한항공이 위치했던 탑승구가 노른자위 땅으로 알려져있던만큼 T1 대한항공의 빈자리를 아시아나가 메우게 되는 건 상식선에서 추정 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T1은 입장하자마자 동편이 보이는 구조로 5~27게이트(동편)는 항공사로서도 탐내는 자리"라며 "가장 좋은 위치를 선점하던 기존 항공사가 빠지게 되는데 이 자리에 아시아나항공이 옮겨가리라는 예측은 다수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편 바운더리 구석에 위치하던 아시아나항공이 T1 현위치를 고수하리라는 관측은 현실성이 낮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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