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출신 코스닥위원장, 전문성 결여 '회의론' 길재욱 교수, 연기금 운용평가 전념…업계 "시장이해 낮아"
강우석 기자공개 2018-03-14 13:34:51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2일 1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시장위원장에 교수 출신이 발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원회 권한은 막강해졌지만 그만큼의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워진 탓이다. 신임 위원장 이력이 코스닥과 거리가 먼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길 교수, 연기금 자산운용 참여 多…업계, "코스닥과 거리 먼 이력"
한국거래소는 오는 13일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코스닥시장본부장 △코스닥위원회 신규위원 2인 등 총 4명에 대한 선임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신임 코스닥위원장은 거래소 이사장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코스닥위원장 자리엔 길재욱 교수가 내정됐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지난 5일 길 교수를 단독 후보로 추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경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4년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듬해부터 한양대에 몸담고 있다.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실무 경험이 부족한 교수 출신이 위원장으로 발탁됐기 때문.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여론이 상당한 편이다. 길 교수는 2010년부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위원장을 2년간 역임했다. 2015년부터는 한국거래소 규율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교수들은 대부분 문제만 제기하고 해결방법을 고민하지 않는 편"이라며 "시장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실무진들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아 협업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길 교수는 자산운용 부문에서 많은 참여를 해왔다. 기획예산처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위원과 신용보증기금 자산운용전문위원, 예금보험기금 성과평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64개 공적 연기금 평가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기금운용평가단의 수장을 맡기도 했다.
문제는 그의 이력이 코스닥 시장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그는 신용보증기금, 소방공제회, 국민주택기금, 예금보험공사, 건설근로자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들의 포트폴리오를 평가해왔다. 정작 해당 연기금들은 운용자산 대부분을 코스피200 편입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당국이 평가 지침을 바꾸고 통합지수까지 만들며 코스닥 투자를 독려 중이지만, 연기금 입장에서 코스닥 비중을 높이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라며 "코스닥에 정통한 이가 와도 모자랄 판에 교수 출신이 부임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수는 전문가로 인정받지만 실무에 바로 투입되기엔 한계가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 증권학회 때부터 코스닥 관심…"전문가 출신 위원 영입해야"
길 교수가 코스닥 시장에 관심가진 건 2014년부터다. 한국증권학회장에 부임하면서 코스닥 시장 선순환 방안에 골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운영 주체(거래소)와 시장참여자가 원칙을 지킨다는 전제 하에 코스닥시장 분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위원장 취임 이후엔 코스닥 차별화 마련에 전념할 방침이다. 그는 자본시장연구원이 2015년 개최한 '코스닥 시장 현황과 미래 발전과제' 심포지엄에서 "한국거래소에서 코스닥의 장기적인 미래를 진중히 고민하는 부서나 구성원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큰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전문가 출신 코스닥위원 영입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위원장이 비상근직이고 코스닥 지식도 얕은 만큼 벤처캐피탈(VC), 기업공개(IPO) 등 초기시장 경험이 풍부한 보완 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 임원은 "무작정 상장 문턱을 낮추고 통합지수를 만든다고 코스닥이 활성화되는 게 아니다"라며 "현실성있는 방안들을 이행하기 위해선 실무 이력을 갖춘 이들이 다수 합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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