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 안정적 지분구도 불구 치열한 생존경쟁 [지배구조 분석] ①매트릭스 체제 영향 KB증권과 경쟁, 각자대표간 경쟁도 치열
이승우 기자공개 2018-03-26 14:40:09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1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자산운용은 KB금융지주의 100%자회사다. 한화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타 그룹 자산운용사와 비슷한 모양새다. KB자산운용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대규모 판매망을 보유한 은행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에도 편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좀 다르다. 은행과 증권간 결합을 단단히 하는 매트릭스 조직이 도입되면서 KB자산운용과 KB국민은행간 관계가 예전만 못하게 된 것이다. 지분 구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에 기대기 힘든 방향으로 그룹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KB자산운용은 공모펀드 시장의 몰락으로 인한 자산운용업계에서의 생존경쟁과 더불어 그룹 내부 계열사간 경쟁 구도에서도 살아남아야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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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지배구조, 위협이 된 '매트릭스 조직'
지난 1988년 국민투자자문(모회사 국민투자신탁 지분 100%)으로 시작한 KB자산운용은 지난 2004년 현재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2000년에는 ING가 지분 투자에 나서면서 외국계 금융회사의 운용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2008년 ING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KB금융지주로 넘기면서 KB자산운용은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가 됐다. 이후 막강한 판매망을 보유한 KB국민은행의 힘을 입고 탄탄대로를 걸었다. 지난 2013년 수탁고가 30조원을 돌파하더니 2015년 40조원, 2016년에는 50조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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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기까지였다. KB자산운용의 수탁고는 최근 들어 정체되면서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임 대표 시절에는 성과가 부진하자 연기금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회수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희권 대표 시절 대형주 운용에서 성과가 안 좋아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 회수를 당한 것으로 안다"며 "이로 인해 대형주를 매니저들이 회사를 옮기는 등 조직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의 특명을 받고 조재민 사장이 KB자산운용으로 컴백했지만 상황이 급격하게 호전되지는 않고 있다. 그 와중에 도입된 KB금융그룹의 매트릭스 조직은 KB자산운용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해 KB금융그룹은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에서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KB증권의 3사 겸직체제(매트릭스 조직)를 도입했다. 은행 판매채널을 위한 상품 공급원으로서 KB자산운용의 입지가 줄어들고 KB증권의 위상이 강해지는 변화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IB에서 강점을 갖고 있던 KB증권은 현대증권과 합병하면서 브로커리지와 WM까지 갖춘 종합 증권사로서 도약했다"며 "증권과 은행의 결합은 KB자산운용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KB자산운용 펀드의 KB국민은행 판매 비중은 지난 2012년 55.7%에서 2016년말 16.45%까지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에는 19.58%로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의존도가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KB국민은행이 KB자산운용의 펀드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KB자산운용은 전통적으로 국내 주식형 가치 투자에 강점이 있었지만 공모 펀드 시장이 침체된데다 펀드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경쟁력 저하는 결과적으로 국민은행 채널을 통한 펀드 판매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룹내 생존 경쟁+치열해진 내부경쟁
그렇다고 KB금융그룹이 자산운용업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건 아니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외치고 있는 KB금융그룹은 자산운용업 경쟁력 강화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는 KTB자산운용에서 공모 펀드 경쟁력을 키우고 있던 조재민 대표를 윤회장이 발벗고 나서 재영입한 것에서 확인 가능하다.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KB국민은행 출신이 아닌 자산운용업계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경쟁력을 믿었던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트릭스 조직 도입 역시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KB금융그룹 입장에서 자산운용업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운용자산이 50조원에 머무르면 운용업계 내 존재감이 희석되고 있다. 가치 투자를 지향했던 공모형 펀드에서는 경쟁사 혹은 중소형사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때문에 KB자산운용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윤 회장의 복안이 등장했다. 바로 각자 대표 체제 도입을 통한 내부 경쟁 체제다. 지난해 윤종규 회장은 현대자산운용 시절 대표인 이현승 대표를 조재민 대표와 별도로 대체투자 부문 대표 자리에 앉혔다. 회사 전체로 보면 무게감은 여전히 조재민 대표에게 실려 있으나 대체투자 부문에서의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해 둘간 향후 경쟁 구도는 불가피한 것으로 KB금융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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