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IPO 카드 꺼낼까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정 회장 父子 재원 마련 '곳간' 역할 가능성…현대건설, 재무라인 강화 '주목'
김경태 기자공개 2018-03-29 10:42:00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9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건설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을 현대건설과 합병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현대엔지니어링 IPO, 모비스 지분 매입자금 마련 가능
그간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다른 건설 계열사와는 달리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2013년까지만해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주가 아니었다. 현대건설이 지분 72.5%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듬해 큰 변화가 생겼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했다. 이를 통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주로 올라섰고, 각각 지분 4.68%, 11.72%를 보유하게 됐다.
합병 후 현대엔지니어링은 배당 규모를 늘리며 정 부회장의 승계자금 마련에 도움을 줬다. 2013년까지는 배당총액이 100억원을 넘지 않았지만, 2014년에는 1666억원을 배당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동일한 금액인 869억원을 배당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이 오너일가의 재원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각각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회장 부자에게 매각하는 구체적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28일 현대모비스의 종가는 26만1500원으로 시가총액은 25조4554억원이다.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 합병으로 79% 가량 몸집이 줄어든다고 해도 20조1097억원으로 집계된다. 기아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의 현대모비스 지분 23.3%의 가치는 4조6856억원으로 집계된다.
향후 정 회장 부자는 기아차에 합병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오르면 정 회장 부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하지만 주가흐름을 예단할 수 없다는 점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 회장 부자가 내야하는 양도소득세 1조원 가량도 감안해야 한다.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가 되면 정 회장 부자는 고민을 덜 수 있다.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이달 28일 74만5000원에 거래됐다. 이 가격으로 계산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가치는 4조8326억원에 달한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율에 대입하면 각각 2646억원, 6632억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01년 설립 후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최근 2년간 매출은 줄었지만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다. 견조한 실적을 거두는 흑자기업인 만큼 IPO를 추진하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정 회장 부자는 지배구조 개편에 소요될 자금을 상당 부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과 합병 '우회상장' 거론
일부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상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복잡한 기업공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 회장 부자는 단기간에 상장 주식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건설이 재무라인에 힘을 실어주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1월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박동욱 사장을 현대건설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박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인물이다.
새로운 CFO로는 윤여성 전무를 영입했다. 윤 전무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를 거쳤고 주로 중국에서 근무했다. 현대건설에 합류하기 전 현대모비스에서 중국 베이징법인장을 맡았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합병하면 중복된 사업 부문을 효율화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도 노려볼 만하다. 다만 합병 비율 등의 문제에서 현대건설이 손해를 본다면,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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