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운명의 날' 눈앞…노사확약 '난기류' 희망퇴직·아웃소싱 신청 30일 마감, 노조 반발 거세 '불안'
김장환 기자공개 2018-03-30 08:50:43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9일 13: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TX조선해양이 산업은행 측 요구인 노사확약서를 제출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시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STX조선해양은 정부 방침에 따라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신청을 받고 있고, 이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자구안 제출도 불가능한 상태다. 산업은행이 생각하는 수준까지 인력 감축이 이뤄질 수 없다면 STX조선해양도 성동조선해양과 같은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29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전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신청 절차를 오는 30일 마무리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이 요구한 고정비 절감을 위해서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시작된 절차다. STX조선해양은 이를 통해 전체 직원의 30%대에 달하는 약 400~500명까지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STX조선해양이 인력 감축을 결정한 건 산업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한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회계법인을 통한 컨설팅 진행을 결정했고, 그 결과 간접적·유휴 인력이 과도하게 많다는 진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진행한 삼정회계법인은 STX조선해양 연간 매출이 3조원에 달하던 당시 생산 인력이 1100명이었으나 현재는 매출이 4000억원대에 그침에도 그 인력이 700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산업은행 등은 STX조선해양에 고정비를 절감시킬 수 있는 자구안 마련을 요구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자구안을 내달 9일까지 제출하지 못하면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함께 컨설팅을 진행한 성동조선해양은 그 결과 '회생 불가' 판정을 받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해 심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STX조선해양이 일말의 기회를 얻게 된 건 수주 잔고 여유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모두 컨설팅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왔다. 정작 STX조선해양은 17척 수주 잔량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성동조선해양은 잔고가 5척에 불과했다. 수주 잔고의 많고 적음은 영업활동을 통한 자생이 가능할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다만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 역시 청산가치가 보다 높은 만큼 고정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자구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단순 자구방안이 아닌 노사확약서가 담긴 자구안을 내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은 노조와 인력감축 확약서를 맺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이 노조 설득을 위해 제시한 방안은 '고용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희망퇴직 외 아웃소싱을 신청한 대상자는 협력사를 신규로 만들어 배치하겠다는 약속을 해둔 상태다. 이 경우 본사에서는 해당 인력이 모두 빠지게 되기 때문에 STX조선해양 재무지표상 인건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아웃소싱 업체에 배치된 인력들에 대해서는 3년간 고용을 보장하고, 업체에 고정적인 일감 역시 약속하기로 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현 인력 수준에서 고정비만 줄이면 임금의 25%만 받고 일을 해야 하고 휴직을 8~9개월씩 해야 한다는 결론"이라며 "회사가 아웃소싱 업체에 배치된 인력에게 현 수준의 80% 임금 보장을 약속하고 추가 OT(잔업)도 지원할 것이기 때문에 현 임금 수준과 차이가 안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주를 기다리고 있는 선박 6척 등이 있기 때문에 아웃소싱 업체에 전환배치가 된 인력의 고용보장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TX조선해양 노조는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가 수일째 총파업을 거듭하면서 STX조선해양 생산 물량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거쳐온 만큼 추가적인 인력 감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정부를 상대로 중재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내놓고 있다. 사측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협상 접점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한편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이 오는 4월 9일까지 노사확약서가 담긴 자구안을 내놓지 못하면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수주를 기다리고 있는 선박에 RG(선수금환급보증)를 발급해주지 않으면 선박 건조가 끊기게 될 것"이라며 "자구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만기 도래 채권 때문에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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