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30일 0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이하 상임감사) 자리가 3년 넘게 비어 있다. 2015년 1월 정병기 전 상임감사가 자진사퇴한 뒤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상임감사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감사위원회를 보좌해 조직 내부비리를 감시하거나 회계업무를 감독하는 등 감사 업무를 총괄한다. 또 언제든지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은행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처럼 은행 내 권한이 집중된 자리가 장기간 공석인 것이다.
물론 그간 몇 차례 상임감사를 선임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 논란에 좌초되기를 반복했다. 지난 2016년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내정설이 대표적이다.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 또는 감사원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얘기도 종종 들렸다.
또한 이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 맞춰 상임감사를 선임하고자 국민은행 측은 지난해 말부터 인물 찾기에 적극 나섰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효율적인 내부통제를 위해 상임감사가 꼭 필요하다"며 허인 국민은행장이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후보로 검토된 인사들이 모두 고사 의사를 밝힌 것이다. 금감원, 감사원 등 다양한 출신 후보들에게 의중을 타진했지만 모두 개인 사정이나 자리에 대한 부담감 등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전쯤 기자와 만난 금감원 전 임원의 얘기는 이러한 국민은행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는 "지난해 말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 A씨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국민은행 상임감사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지배구조 문제 등으로 논란이 된 자리에 가기 싫다며 이를 고사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후 국민은행과 경쟁 관계에 있는 시중은행의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매번 낙하산 인사 논란을 겪고 최근엔 모시고자 해도 고사하는 상임감사 자리가 필요한지 여부다.
상임감사 선임은 국민은행 정관 제46조4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 정관에 따르면 감사위원회 위원의 3분의2 이상은 사외이사로 하고, 1인 이상의 사외이사가 아닌 위원(상임감사)을 둘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상임감사를 둘 경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필요하다면 상임감사를 둘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란 뜻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정 전 상임감사 사퇴 후 지금까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일각에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적절한 견제,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소통 등을 위해 상임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민은행 역시 상임감사 자리가 오래 비워진 탓에 금융당국과 시장의 우려가 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상임감사를 선임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최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개정해 상임감사가 없는 금융회사의 경우 내부감사책임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임감사가 없더라도 충분히 CEO를 견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이야 상임감사 후보로 검토됐던 인사들이 고사를 했다고 하지만, 채용비리 의혹 등 논란이 일단락되면 또다시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서로 상임감사 자리에 앉으려는 시도를 할 것이고, 또 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를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하면 상임감사 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예 이 참에 그간 낙하산 인사의 통로로 인식돼 온 상임감사 자리를 없애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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