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3월 30일 08: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회장의 첫 한국 방문은 2006년이었다. 운영총괄임원(COO) 시절이었다. 대기업, 정부 기관의 러브콜을 물리치고 고려대를 먼저 찾았다. 여느 외국계 IB와는 다른 행보였다. 그는 강연을 통해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인재들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략적 멘트였지만 학생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데는 충분했다.그는 영업력도 뛰어났다. KT&G와의 협상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은 적이 있었다. 당시 KT&G 회의실에서 피지도 않는 담배를 한갑 이상 태웠다. 당연히 KT&G 제품이었다. 거래 상대방은 블랭크파인 회장이 '비흡연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딜이 성사된 건 물론이다. 골드만 출신 한 뱅커는 "고객이 요구한다면 이보다 더한 것도 했을 양반"이라고 했다.
시장의 이목은 블랭크파인 회장의 후계자 선정 과정에 쏠렸다. 승계 1순위였던 인물이 트럼프 정부 인사로 발탁되면서 그가 택한 건 공동 대표 체제였다. 2016년 11월부터 채권 트레이딩 대표와 IB 부문 대표 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를 '헝거게임(Hunger game)', 즉 생존 전투로 부르기도 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알력 다툼은 치열했다.
전세계에 퍼져있는 골드만삭스 지사에는 이 같은 공동 책임자 제도가 유독 많다. 의사결정 리스크를 줄이고 업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취지일 수 있겠다. 1인자로선 상호 경쟁을 유도, 입맛에 맞는 후계자를 선택하는 데 유용하다. 연말 퇴임을 앞둔 블랭크파인 회장은 그렇게 후계자 한 명을 낙점했다. 1년여 간의 검증을 거친 결과였다. 경합했던 인사는 자연스럽게 사퇴 수순을 밟았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신임 사장도 처한 상황은 비슷하다. 12년 간 IB 대표직을 흔들림없이 지켜왔던 그다. 하지만 이제는 본인이 후임자를 정해야 하는 위치에 와 있다. 5개의 본부 조직을 어떻게 바꿀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 동안 '테스트'를 거친 기간만 보면 블랭크파인 회장이 울고 갈 정도다.
NH투자증권 IB의 내부 분위기는 폭풍 전야다. 본부간 힘겨루기는 최고조에 달해 있다. 단순히 실적으로 본부간 우열을 가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본부장 대다수는 오랜기간 정 사장의 까다로운(?) 발음을 감내하며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해 왔다. 정 사장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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