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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자본확충 지연…지체되는 성장 [은행경영분석]증자 늦어지며 상품 출시 번번히 연기…공격적 고객 확보 걸림돌

윤지혜 기자공개 2018-04-09 10:55:54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6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범 1년을 맞은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성장이 더딘 것은 자본금 문제에서도 비롯된다. 자본금 부족은 아파트담보대출과 같은 다양한 은행 상품 출시를 더디게 하고 궁극적으로 케이뱅크의 시장장악력을 떨어뜨리거나 늦추는데 기여한다. 은행 본원의 경쟁 분야 외에 해외송금 분야 등에서 싼 수수료와 저렴한 금리 제공 등을 통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은행의 순이자마진(NIM)과 순익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임시방편에 불과해 보인다.

케이뱅크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수신 규모는 1조2900억원, 여신 1조3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년간 많은 노력을 했고 실적도 출범 1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출범 첫 해인 2017년 말 기준 당기실적은 적자 838억원을 기록했다. 케이뱅크가 초기기업이기 때문에 작년 실적만 놓고 순익이라든지 유의미한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당초 예상보다 195억가량 손실 규모가 적다"고 했다. 아직 상품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순이자마진(NIM)은 1.93%로 시중은행 평균 1.63%보다 높다.

그러나 자본확충을 위한 증자가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점은 케이뱅크의 현주소일 뿐 아니라 앞으로 성장에 다소 난관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20곳에 달하는 주주로 구성된 지배구조는 태생적 한계였다. 주주가 많으니 적시에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았고 부족한 자본은 늘 대출상품 출시를 늦추는 이유가 됐다.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1500억 규모 주주 대상 유상증자 외에 사모펀드(PEF)등 새로운 투자자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이 거래가 성사된다 해도 전체 주주 수가 더 늘어나면서 오히려 향후 자본확충에 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9월 1000억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자본금을 3500억원까지 늘렸다. 문제는 1차 유상증자에서 일부 주주들이 이탈하면서 2차 유상증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다. 당초 케이뱅크의 증자 계획은 1차 유상증자 후 연말께로 예상됐지만 시장과 일부 주주들 사이에 불안감이 번지면서 증자 계획이 지연됐다. 심 행장은 언론을 통해 두 세 차례 유상증자가 곧 마무리된다고 설명했지만 올해 1분기가 지난 지금까지 증자를 마무리하지 못 했다.

그 때문에 1분기에 내놓으려고 했던 아파트담보대출 등 주담대 상품 출시를 결국 미뤄야 했다. 케이뱅크는 이미 아파트담보대출에 대한 베타 테스트까지 마쳤지만 증자 계획이 지연되면서 고객을 상대로 한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인정했다.

심 행장은 "BIS비율을 고려했을 때 자본의 10배정도 대출 집행이 가능하다"며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적게 잡아도 50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기 때문에 그만큼 자본이 명확하게 충당되지 않고서는 (상품 출시를) 진행하기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상품은 만들어진지 오래"라며 "자본확충이 완료되는 즉시 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케이뱅크의 자본확충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주주사가 20개에 달하는 복잡한 주주 구성 탓이다.

케이뱅크 지배구조는 10% 이상 보유한 KT,우리은행,NH투자증권 등 3곳의 주요주주 외에 17개 주주사로 구성됐다. 이 중 일부는 4% 이상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고 10곳이 4% 미만, 2곳이 1% 미만 소액주주인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다. 증자를 진행할 때마다 개별 주주사들과 협의가 필요하다. 케이뱅크 측은 자본확충이 지연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주주사별로 자금 사정이 다르고 각 회사에서 승인받는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이같이 복잡한 주주 구성으로 인한 자본확충 어려움이 케이뱅크의 성장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3월 말 기준 케이뱅크 고객 수는 71만명으로, 케이뱅크보다 3개월 후 출범한 카카오뱅크 누적가입자수 546만명(2월말 기준)과 비교해 한참 못 미친다.

자본확충이 시급한 만큼 케이뱅크도 다각도에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한 1500억원 규모 증자 외에 대형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설사 이 거래가 성사돼 2차 유상증자라는 급한 불을 끈다 해도 결과적으로 지금보다 주주 수가 늘어나게 되면 앞으로 3차 유상증자 등 추가 계획에 오히려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어림잡아 앞으로 3~4년으로 본다"며 "가능한 고객을 많이 확보하려면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고 수년간 수시로 자본확충을 진행해야 하는데, 2차 유상증자에서 주주 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는 방식이 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복잡한 주주구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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