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배당 오류사고, '점유이탈물 횡령죄' 적용될까 일부 직원들 주식매도 행위 '공매도 결론' 어려울듯
한형주 기자/ 박시은 기자공개 2018-04-12 14:14:09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0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고의 쟁점은 △삼성증권 일부 직원의 주식 매도가 공매도(무차입)냐 아니냐 △공매도로 봐야 한다면 관련 제도까지 손봐야 하느냐에서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되느냐' 여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이는 해당 직원들의 행위를 공매도로 규정짓기가 애매하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공매도는 말하자면 '없는 것을 매도하는 거래'인데, 이번 경우는 있다고 생각하고 팔았는데 결과적으로 없었던 셈이기 때문이다.
A로펌 변호사는 "공매도는 행하는 사람이 고의로 해야 하는데, (삼성증권 직원들이) 자신들에게 배당이 잘못 들어왔다고는 생각할 수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념적으로 공매도엔 과실범이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맥선상에서 정부나 당국도 직원들의 주식 매도를 공매도로 결론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현실적으로도 시황 폭등락 방어 등 순기능이 많은 공매도 자체를 폐지해 증시를 후진국 수준으로 퇴보시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주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들이 점유이탈물, 즉 자기 것이 아닌 재물을 횡령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의 이슈로 옮아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공매도 논란에서 벗어나더라도 장내에서 단시간에 500여만주를 팔아 삼성증권 주가 급락을 초래, 투자자 손실을 야기한 장본인들에 대한 책임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변호사들 간에 횡령죄 적용 여부의 논리가 첨예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처벌돼야 할 것 같은데, 법리상 허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는 전언. 의식 있는 로펌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의 쟁점 파악을 위한 리서치 작업이 한창이다. 관건은 주식을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 16명의 행동에 고의성이 있었느냐, 이들이 처분한 주식을 재물로 볼 수 있느냐로 압축된다.
먼저 횡령에 해당한다는 쪽의 의견은 이렇다. 문제가 된 삼성증권 직원 중 1명은 무려 350억원 어치(100만주)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전해지는데, 여기에 고의성이 없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B로펌 변호사는 "애당초 자기 증권계좌에 그만한 주식이 들어 있었을리는 없다고 보여지고, 해당 직원이 아무리 삼성증권 임원이라고 해도 그 정도의 자금을 개인이 갖고 있진 않았을 것"이라며 "잘못 들어온 돈이라는 것을 알고도 팔았다면 명백히 '불법영득의 의사', 다시 말해 횡령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송금 절차상 착오로 입금된 돈을 개인이 임의로 소비했을 때 이를 횡령죄로 처벌한 2010년 대법원 판례를 논거로 들었다.
단 당시 판례는 점유이탈물 횡령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법원은 착오로 송금된 돈을 점유이탈물로 보진 않았다. 다만 수령인의 보관 의무가 있는 물건으로 판단해 이를 단순 횡령으로 판정했다. 단순 횡령죄엔 5년 이하 징역이 내려진다. 1년 이하 징역에 해당되는 점유이탈물 횡령죄보다 오히려 형량이 크다. B로펌 변호사는 "경우에 따라 삼성증권 직원들에겐 단순 횡령보다도 무거운 '업무상 횡령죄(10년 이하 징역)'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횡령의 종류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처벌 대상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며 "현재 언론 등에는 횡령 이야기만 나오는데, 처벌하는 쪽 입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업무방해죄(증권회사 업무 방해)' 등 다른 죄목도 얼마든지 갖다 붙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C로펌 변호사도 삼성증권 직원들이 매도한 주식을 사실상 재물로 봐야 한다는 점을 들어 횡령죄 적용이 타당하다는 데 한 표를 던졌다. 그는 "이번에 거래된 주식이 실제로는 실체가 없는 것이지만, 당시 시장에선 실체가 있는 것으로 보고 돈 거래가 됐기 때문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점유이탈물 횡령죄 등 적용이 어렵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식의 발행절차가 어떻든 실제 매수가 됐다는 데 의미를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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