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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부영의 자식농사 [thebell note]

이상균 기자공개 2018-04-23 08:08:46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이 연일 비판을 받고 있다.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기억이 채 지워지지도 않은 시기에 이런 일이 터졌으니 대한항공으로서는 악재다. 조 전무와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으로서는 갑갑한 노릇이겠지만 그 역시 아버지로서 자식 교육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갑질을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문재인 정부의 영향 탓에 이번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묘하게도 부영그룹도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이 풀리지 않는다. 창업자인 이중근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이다. 다수의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만 결론은 부영그룹의 시스템 부재 탓이다. 재계 순위 16위에 진입한 그룹에 리스크 관리 임원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1인 경영체제의 이 회장에게 직언을 해줄 임원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너 일가의 눈치만 보면서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한 가신만 존재했지 충신은 없었던 셈이다. 부영이 의욕적으로 영입했던 외부 인사들도 이 회장에게 쓴 소리를 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이 회장은 적어도 자식농사는 실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슬하에 3남 1녀를 두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오너 2세들처럼 사고를 친다는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신흥재벌이니 주목을 덜 받아서 드러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이 회장은 네 명의 자식들에게 많아야 600만원 수준의 월급만 지급한다. 일반 직원들과 비교해 많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오너 2세 치고는 적은 금액이다. 사치를 부릴 엄두를 낼 수 없다. 장남을 제외하고 계열사 주식도 아예 주지 않았다. 장남이 보유한 주식도 지주사 격인 ㈜부영 지분 1%대에 불과하다. 심지어 부영그룹의 보유한 여러 교육재단의 등기이사진에도 자식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 회장의 부인인 나길순 여사의 이름이 더 자주 발견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의지가 과연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정도다.

여러 경로를 통한 정보를 종합해보면 이 회장은 자식들에게 매우 엄한 아버지다. 경영수업을 시키는 와중에도 자신의 자식들이 특별 대접을 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창업 후 어렵게 회사를 이끌었던 경험을 잊지 않고 자식들에게 근면 성실할 것을 요구한다고 한다.

지금은 성공의 키워드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 회장은 1970년대 설립한 우진건설산업의 부도를 경험하는 등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실패의 나락에서 성실과 근면, 절약의 정신으로 부영을 재계순위 16위로 키어낸 이 회장에게 아직까지 자식들의 업무능력은 성에 차지 않아 보인다.

오너 2세들의 갑질에 휘청이는 대한항공의 미래는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경영권 승계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회장의 나이가 80줄에 접어드는 부영도 경영권 승계는 오리무중이긴 하지만 오너 2세가 문제를 일으킬 여지는 없어 보인다. 자식농사의 성패가 판가름나는 대한항공과 부영의 10년 뒤 모습은 어찌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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