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차기 리더는]이경섭 전 농협은행장, '구원투수' 맡게될까현직 경험·무게감 돋보여,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 지원사격, 내부 임직원 반발 변수
김선규 기자공개 2018-04-26 13:08:00
이 기사는 2018년 04월 25일 13: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기 DGB금융지주 회장직에 도전장을 내민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사진)은 외부인사 중 유력한 대권주자로 분류된다. 1차 압축 후보군 중 가장 중량감 있는 후보자로 거론될 뿐만 아니라 현직 경험도 풍부하다. 다만 DGB지주 내 임직원들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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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 출신인 이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농협은행장에서 물러났다.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그는 대구 달성고등학교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푸근한 인상을 가졌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굵직굵직하다.
이 후보자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협중앙회 인사팀장을 맡으면서 농협·축협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인사잡음을 최소화했다. 이후 2008년 농협중앙회 부속실장, 2011년 농협중앙교육원장, 2013년 농협중앙회 서울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오랫동안 이 후보자와 함께 일해 온 농협지주 관계자는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나고 치밀한 성격 탓에 입사 동기 중 가장 앞서 나간 선두주자"라며 "그룹의 각종 M&A와 글로벌 진출 등을 진두지휘하면서 농협은행이 시중은행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고 설명했다.
농협 내에서 전략통으로 알려진 이 후보자는 2014년 농협지주 부사장으로 취임해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총괄했다. 농협의 굵직한 현안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 후보자는 2016년 3대 농협은행장에 취임했다.
이 후보자는 "DGB지주는 탄탄한 회사인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일시적인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30년 넘게 금융권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DGB지주가 처한 상황을 수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농협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해 소방수 역할을 수행했다. 2001년 농협과 축협이 통합하면서 노사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당시 인사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호봉문제, 인사적체 등을 해결했다. 또한 2014년 NH농협증권과의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국내 최대증권사를 탄생시키는데 공을 세웠다.
뛰어난 경영 능력에도 불구하고 DGB지주 내에서는 이 후보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농협은행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지역 시금고와 공공기관 및 기업 유치를 놓고 대구은행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의 CEO를 수장으로 앉힐 수 없다는 배경에서다.
이에 이 후보자는 "농협과 대구은행은 경쟁자이면서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협력자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며 "선의의 경쟁 상대였고 이러한 경쟁을 통해 오히려 지역민들에게 보다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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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는 DGB지주와 상당한 인연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협은행 구미지점장을 맡으면서 대구은행과 경쟁한 적도 있고, 농협지주 부사장 시절에는 DGB지주에 우리아비바생명 매각을 주도했다. 당시 DGB지주에서 매각딜을 주도했던 인물은 다름아닌 박동관 DGB유페이 사장이었다. 박 사장은 내부출신으로 회장 공모에 뛰어든 경쟁자다. 농협은행장 시절에는 박인규 전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과도 상당한 교류와 협력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는 "막걸리도 고향에서 얻어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우리아비바생명 매각 최우선 협상대상자를 DGB지주로 선정했다"며 "당시 매각 절차를 진행하면서 DGB지주와 협력적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고 설명했다.
30년 넘게 금융권에서 일한 이 후보자는 다른 후보자에 비해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을 거쳐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권혁세 전 금감원장 등과 친분이 두텁다. 경북대 출신이어서 대구·경북 지역 내에도 상당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GB지주·대구은행 이사회 내에도 경북대 출신 사외이사가 3명이다. 특히 이담 사외이사와는 경북대 경제학과 동기다.
이 후보자는 "최근 DGB지주가 탈지역화·비은행 중심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무래도 내부출신보다 인적 네트워크와 현직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DGB지주 앞에 놓은 과제를 잘 이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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