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02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0일 금융위 간부회의가 시작이다. 이날 회의에서 최 위원장은 간부들에게 금융분야 경제민주화 등 금융쇄신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주요 과제로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등을 꼽았다.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는 삼성을 겨냥한 것이다. 현재 금산분리 차원에서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자산의 3%까지 보유하도록 한 보험업법을 취득원가(장부) 기준에서 시장가치 기준으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27%)의 상당 부분을 팔아야 한다.
최 위원장은 금융개혁이 속도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 전에라도 자율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조기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삼성·현대차·한화 등 재벌그룹이 그룹 내 금융 계열사를 사금고처럼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의 상당 부분만큼을 추가 자본으로 확충하라는 것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선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이미 입법 예고한 상태다.
국민들의 기대에 맞춰 금융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융위의 금융개혁은 분명 공감할 만 하다. 다만 최 위원장이 빠르게 금융개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너무 속도전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 위원장이 추진하고자 하는 금융개혁 과제만 해도 금융회사의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로 하는 부분도 있다. 이 때문인지 최 위원장의 금융개혁 드라이브에 업계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움을 호소하고 있다. 금융개혁의 대상인 금융회사와 소통은 없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간부는 "금융개혁 성과를 서둘러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엿보여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정책은 한번 방향을 정하면 최소 5~10년 단위 미래를 내다보고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거나 전략 차질, 사회적 갈등 등을 겪을 수 있다.
예컨대 지난 정부에서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해 주면서 ITC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부문이 뒷받침 되지 않아 인터넷전문은행은 종잣돈을 투입하거나 투자자를 구해 적극적으로 경영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법 개정에 들어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도 마찬가지다. 수년간의 준비를 거쳐 2016년 8월부터 시행됐지만 불과 1년6개월만에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대대적인 법 개정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기존 법안에 맞춰 이사회를 운영해 온 금융지주사와 금융당국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추진되는 금융개혁이라도 서두르면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를 추구하는 금융개혁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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